北, 日 정권교체 계기 관계개선 시도

북한이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진 일본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표명하고 나서 배경과 추이가 주목된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정권에서 일본과의 공식 협상 채널을 전폐하다시피 했던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10일 교도(共同)통신과의 회견을 통해 2002년 평양선언을 거론하면서 ‘결실 있는 관계’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회견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의 총리 선임(16일)을 일주일 가량 앞두고 이뤄졌다. 북한측이 향후 북일 관계에 대한 책임을 일본의 차기 정권으로 넘긴 셈이다.

평양선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북한을 방문,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측간 국교정상화 등을 위한 회담 재개 등에 합의한 것이다. 물론 일본의 한반도 강점에 대한 사과 내용도 포함돼 있다.

특히 김 상임위원장은 “(우리는) 일본 당국의 부당한 적대시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지, 일본 국민은 적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했다.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 및 로켓 발사 등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면서 북한 기지 공격론까지 제기하던 일본에 대해 북한측이 극언을 서슴지 않았던 것과 비교할 때 확연히 달라진 내용이다.

북한이 이처럼 일본에 대해 ‘구애’로 비칠 수 있는 발언까지 공개적으로 한 것은 차기 총리인 하토야마 대표와 민주당의 대북한 접근법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물론 하토야마 대표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선거기간 토론회 등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북한과 대화와 협조를 모색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대화와 협조를 하되, 그들이 말을 듣지 않을 경우엔 우리로서도 강력한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화와 압력의 병행이란 원칙에서 출발한 발언으로 볼 수 있지만, 대화와 협조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과거 자민당 정권과 차이가 적지 않다.

아울러 하토야마 대표는 지난달 “북일 관계가 진전될 경우 방북할 용의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입장 표명을 유보했지만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결국, 북한으로서는 새로 출범하는 하토야마 정권이 대미정책은 물론 대북정책도 상당히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보고 관계개선 의지를 시사하는 방식으로 일단 일본측의 반응을 보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해 8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정권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재조사 등에 합의했으나, 다음달 후쿠다 당시 총리가 퇴진하고 대북 강경론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가 취임한 이후 일본과의 협상을 중단한 바 있다.

그런 만큼 북한의 대일 관계개선 움직임은 미국과의 양자 대화를 통한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이후 일본으로부터의 대규모 경제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도 있는 것으로도 관측되고 있다.

아직 북한의 이번 제의에 대한 민주당 차원이나 하토야마 대표 등 지도부의 시각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공식적으로 정권을 출범하기 이전에 나온 제안인 만큼 오는 16일 총리 선출 및 차기 정부 구성 이후 공식 논의 과정을 거쳐야 이에 대한 입장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장기간 냉각 상태에 접어들고 있는 북일 관계를 호전시킬 실마리를 일본의 정권교체를 계기로 마련하려고 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고 있는 민주당 정권에서 이번 북한측의 제안에 대한 대응은 대북외교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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