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日총리 발언 긍정평가…양국교섭 탄력받나

송일호 북한 외무성 북일 국교정상화 담당대사가 29일 아베 총리의 ‘과거청산’ 언급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으면서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졌던 양국 교섭이 탄력을 받게될 지 주목된다.

송 대사는 이날 3박4일 간의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선양 타오셴(桃仙)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아베 총리가 처음으로 과거청산을 언급했는 데 개별적으로(개인적으로) 좋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베 총리가 북한과 국교정상화 문제도 논의하겠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좀 발전된 것을 좋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송 대사의 이런 발언은 전날 아베 총리가 북한과 적극적 교섭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에 대한 북한 당국자의 첫 반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송 대사는 이날 긍정적인 발언 내용에 걸맞게 어느 때보다도 밝고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넥타이 없이 흰 와이셔츠만 입고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안면이 있는 일부 일본 기자에게 “북경에 있지 왜 여기까지 따라 왔느냐”는 등의 농담까지 던지면서 시종 쾌활한 표정으로 친절하게 답변을 해줬다.

이런 모습은 오는 5∼6일 몽골에서 열릴 예정인 북일 국교정상화 실무회의를 앞두고 중국에서 가진 일본과 사전 비밀접촉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는 방증으로 풀이되고 있다.

앞서 일본의 새 외교 사령탑으로 복귀한 마치무라 외상은 27일 대형 수해를 입은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8일는 아베 총리가 이번 실무회의에서 납치문제와 함께 북한이 요구해온 ‘과거청산’ 문제도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표명함으로써 기존의 강경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송 대사가 아베 총리의 ‘과거청산’ 언급을 좋게 평가한다고 말한 것은 비록 ‘개별적으로’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일본의 유연해진 태도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인 입장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송 대사가 “이번 실무회의에서는 뭘 논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베 총리가 다 말했던 데…”라고 답한 점으로 미뤄 북한은 그간 대북 강경 드라이브를 주도해 왔던 아베가 한발 물러서 협상 의지를 밝힌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국은 이번 실무회의가 실질적인 성과로 낼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북한은 그간 집요하게 납치문제를 제기하는 일본에 대해 “납치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무시전략으로 일관했고 일본 정부 역시 대북 강경 여론을 의식해 융통성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하면서 협상은 좀체 돌파구를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새 발언을 계기로 양국이 진지하게 협상을 벌일 수 있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셈이다.

마치무라 외상은 28일 일본 언론과 회견에서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이 있을지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만나서 ‘안녕하세요. 잘 가요’라는 형식은 아닐 것”이라고 말해 어느 정도 진전을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송 대사도 이날 “협상이 결렬되지 않고 잘 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잘 해봐야지”라고 대답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