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신년사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다시 거론하며 남북협력의 증진을 강조한 가운데, 북한은 해가 바뀐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대남 메시지를 일절 내놓지 않고 있어 그 배경과 의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통상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새해의 정책 방향을 밝히면서 대남 메시지를 발표해왔으나, 당 전원회의 결정서로 신년사를 대체한 올해에는 별다른 대남 언급 없이 정세를 관망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21일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라는 제목의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북한 관영매체에서는 대남 부문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서는 지난해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한국 정부에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한편에서는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한 대남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정세와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남북관계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상황을 관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일 데일리NK에 “북한은 하노이 회담 실패와 더불어 우리 정부가 9·19 공동성명을 통해 약속했던 것들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남북관계를 완전히 끝내버리겠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 정부의 실제 행동을 지켜보면서 남북관계를 이끌어가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전원회의 보도 내용을 보면 제재와 자력갱생으로 압축된다. 이는 그만큼 북한이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방증”이라면서 “결국에는 한국이 필요한데 이번에 정부가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니, 북한도 내심 확실한 행동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이달 말께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에서 대남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매년 1월 말이나 2월 정부·정당·단체 연합회의를 열고 ‘조선 민족에게 드리는 호소문’이라는 형태로 대남정책 기조와 방향을 언급해왔다.
한편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등 대외선전매체에서는 연일 대남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메아리는 8일 ‘문 닫은 상점에서의 상품 광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공밥만 먹던 통일부가 불현듯 열에 떠서 새해 남북관계의 전환을 광고해대니 세상 사람들이 서쪽에서 해가 뜬 게 아니냐고 머리를 기웃거리고 있다”며 통일부를 직접 비난하고 나섰다.
이 매체는 전날(7일) 문 대통령의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문에 대해 “아전인수격의 자화자찬과 과대망상적 내용으로 일관돼 있는 대북정책 광고놀음은 듣기에도 역겹기 그지없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6일 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로 표현하면서 ‘푼수 없는 추태’라고 비난했고, 우리민족끼리TV에서는 7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실명을 직접 거론해 ‘몽유병 환자’ ‘핫바지 장관’이라며 깎아내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공식적인 입장이나 내용은 아니고 선전매체에 대한 부분들이기 때문에 정부가 여기에 대해서 일일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남북관계는 상호 존중과 신뢰 바탕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변인은 새해 들어 북한의 공식적인 대남 메시지가 없는 데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묻자 “정부로서는 북한의 전원회의 결과 보도 그 이외에 북한의 어떤 상황들을 예의주시하면서, 남북관계 관련해 추가적인 언급이 있을지 없을지 여부를 계속 보고 있다”며 “좀 더 추이를 살펴보면서 거기에 따른 적절한 대응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그는 대통령 신년사에서 제시된 대북제안의 내용을 구체화해 북측에 전달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앞으로 유관부처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남북 협력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