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張체포’ 쇼 왜?…”간부·주민에 경고 메시지”








▲북한 조선중앙TV는 9일 장성택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군복을 입고 있는 요원 두 명에게 체포되는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연합

북한은 9일 반당·반혁명 종파주의를 이유로 모든 직책에서 해임된 장성택의 체포 장면을 이례적으로 전격 공개했다. 북한이 과거 ‘2인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장성택 체포 장면을 공개해 간부들과 주민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내부 동요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3시18분쯤 전날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소식을 전하며 장성택이 회의장에서 군복을 입고 있는 요원 두 명에게 끌려 나가는 사진을 화면을 통해 방영했다. 장성택을 끌고 나간 두 명은 인민보안원 복장과 유사했으나, 당 기율위원회 요원인지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고위 인사를 숙청하며 현장 체포 장면을 공개한 것은 초유(初有)의 사례다. 북한은 이날 회의에서 장성택에 대한 죄목을 밝히고 모든 직책에서 해임한 뒤 곧바로 체포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는 이날이 정규 방송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성택 체포 장면을 내보냈다. 당 정치국 확대회의 소식 보도 및 8일부터 평양에서 개최된 ‘건설부문일꾼대강습’과 관련한 김정은 지도 내용을 보도하는 특별방송 형식의 편성 중에 당 정치국 확대회의 소식과 장성택 숙청 사실을 전했다. 특히 당정치국 확대회의 장면은 생중계가 아니라 ‘녹화중계’였다.


조선중앙TV는 이례적으로 8일 개최된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이날 밤 속보 형식으로 보도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역시 9일자 1면에 관련소식을 전면 배치하는 등 장성택의 숙청 소식을 빠르게 전했다. 아울러 북한 매체들은 이날 ‘건설부문일꾼대강습’과 관련해 김정은이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을 집중보도하며 김정은의 건재를 집중 부각시키기도 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고위 인사 체포장면을 보낸 것은 장성택 숙청으로 비롯될 내부 동요를 신속하게 잠재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장 실각에 대한 결정서를 채택하고 매체를 통해 체포장면을 방영한 것은 주민들과 엘리트들에 대해 ‘유일사상 ‘에 대한 일종의 경고의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박 연구위원은 “당 행정부가 권한이 강해진 것에 대해 국가안전보위부 및 인민보안부 등 내부 불만을 잠식시키고 경제 문제에 관련한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는 목적도 내포돼 있는 듯 하다”면서 “이번 실각 사태를 통해 불안정한 요소가 항상 내재돼 있다고 봐야 할 것이기 때문에 당국의 단호한 결정과정을 보여주면서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장성택에 대한 후속처리와 관련해서는 일단 가택연금(軟禁)이 유력해 보인다.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결정된 장성택의 죄목으로는 관례상 사형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장성택이라는 인물의 정치적 중량감과 김정은의 고모부라는 것을 고려하면 사형이나 공개총살 등 물리적 처벌이 오히려 중간급 간부들의 불필요한 동요를 가져올 수 있다.


정치범 수용소나 국가안전보위부 구류장 역시 공공장소의 성격이 강하고 구금 감시를 담당하는 해당 간부들이 장성택과 인연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는 평가다. 한 고위 탈북자는 “장성택의 혐의를 반당·반혁명 종파라고 밝혔기 때문에 간단한 사건이 아닌 사형감이라고 볼 수 있지만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일단 연금 상태에서 지켜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성택과 유사한 사례는 김정일과 후계자 경쟁관계였던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가 꼽힌다. 김영주는 이른바 김정일의 ‘곁가지 숙청’에 따라 80년대부터 양강도에 유배된 이후 지금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명목상은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예부위원장’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지난 30년간 북한은 김영주의 생사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한편, 장성택 관련 북한의 조치를 두고 내치(內治)에서 미디어를 적극활용 하는 김정은의 새로운 스타일이 주목된다. 고위 간부의 비리사실이나 이와 관련한 해고 처형 등을 철저히 은폐했던 북한의 관행을 깨고, ‘충성하지 않는 자는 성역을 두지 않고 처벌한다’는 공포정치 논리를 미디어를 통해 적극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