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對미·일 ‘두 개의 양자협상’ 펼칠 것”

▲ ‘RENK’ 대표, 일본 간사이(關西)대 경제학과 이영화 교수 ⓒ데일리NK

북한이 11월초 중의원 선거후 집권할 차기 일본 정부와는 납치자 문제를 논의하고, 핵문제는 차기 미 행정부와 협상하는 ‘두 개의 양자협상’에 나설 것이며, 일본인 납치문제를 핵문제의 지렛대로 삼을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됐다.

일본의 북한전문가인 이영화 간사이(關西)대 경제학과 교수는 29일 ‘데일리엔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향후 김정일 정권의 행보를 전망했다.

그는 “일본의 차기 정부에서 민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자민당 보수 정권보다 대북온건정책을 펴는 민주당을 밀어주기 위해 납치자 문제를 일정 수준 해결해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또 “(북한은) 대북강경정책을 펴고 있는 자민당을 견제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선호하는 민주당 외교의 ‘성공’이라는 분위기를 일본 내에 퍼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은 납치자 문제를 일부 해결해줌으로써 일본의 대북경제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대북지원을 챙기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핵문제와 관련, 이 교수는 “러시아가 사실상 빠지는 상황에서 6자회담은 이미 그 수명을 다한 것 같다”며 “차기 미국 대선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6자회담의 틀이 무너진 상태에서 북한은 미국과 양자회담을 고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한국의 납북자나 국군포로 문제는 절대 해결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는 북한은 ‘일본도 납치자 문제를 해결했는데, 남한은 해결하지 못한다’는 이명박 정부에 불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를 외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교수는 “김정일 이후 북한의 후계구도와 관련하여 중국은 ‘장성택-김정남’ 라인을 후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지난해 장성택에게 ‘북한이 개혁개방을 실시한다면 10년 동안 북한 인프라 건설 경비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이 장성택을 통해 김정일에게 보낸 메시지는 ‘북한의 경제개혁개방 책임자로 장성택을 세우고, 중요 부서에 김정남을 세우라’는 뜻이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영화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향후 일본 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전망하나?

“현재 자민당의 아소 총리가 당선됐지만, 다음 달 말이나 11월초 총선거(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으로 정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고, 갓 출범한 아소 다로 정부는 단명(短命)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아소 내각에 여러 외교정책이 있지만, 바로 선거를 준비해야 할 상황이어서 실질적인 외교활동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민주당의 대북정책이 중요한데, 자민당보다 문제가 더 많다. 민주당은 대북정책에 아무런 원칙이 없다. 어떤 대북정책을 펼칠 것인지 예측 자체도 힘든 상황이고, 앞으로 정권을 차지하게 됐을 때 제대로 된 외교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연관돼 있는 의원이 적지 않고, 북한인권에 관심 가진 의원도 있지만, 민주당 또한 선거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자와 민주당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필요없다’며 당(黨) 내 국제국을 없애 버린 인물이다.

‘국제국’이라면 정권을 획득한 이후, 일본의 외교를 담당하는 곳인데, 국제국이 없어진 상태에서 차기 민주당 정권이 어떤 사람을 외교장관이 앉힐지 알 수도 없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일본-북한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

“예측이 힘들다. 민주당은 현재 절대적으로 인재가 부족하다. 하지만, 민주당이 집권해도 납치자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일본 국민의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민주당도 납치자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게 되겠지만, 북한 핵 문제나 일북 국교정상화문제에 명백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현재 아무도 없다.

민주당은 대북관계에서 아직 ‘당론’이 없다. 민주당이 한·미·일 3각 동맹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일정하게 거리를 둘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의 태도를 보면 미국의 이라크 전쟁도 반대했고, 테러와의 전쟁에도 거리를 두어 왔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과 마찰이 생길지 모른다”

-현재 자민당의 대북정책을 평가한다면?

“자민당의 대북정책은 실패다. 자민당은 너무 미국에 의지해 왔다. 핵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공조를 할 필요가 있다지만, 납치자 문제는 미국과 별개로 북한과 당사자 간 논의가 필요한 문제다.

또, 일본의 대북경제제재 조치도 미국이나 한국과 같이 했다면 효과가 있었을 수 있지만, 단독으로 진행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납치자 문제도 일본 국민들은 고이즈미 총리 이후 단 한명의 납북자도 데려오지 못한 것에 대해 자민당에 책임을 묻고 있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납치자 문제 해결 가능성 있나?

“민주당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납치자 문제는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있다. 민주당은 자민당과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납치자 문제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일본 국민들이 갖고 있는 납치자에 대한 관심을 고려한다면, 민주당 입장에서 단 한명의 납치자라도 데려올 수 있다면 자민당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북한도 대북 강경정책을 펴왔던 자민당을 견지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이 집권하면 전향적 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일본의 대북 경제제재 완화와 대북지원을 바랄 것이다.

북한과 국교정상화 문제는 일본 입장에서 얻을 것이 하나도 없다. 일본 입장에서는 국교정상화보다 납치자 문제가 중요하다. 국교정상화 문제는 그동안 일본에게 불리한 약점이었는데, 납치자 문제와 핵 문제로 때문에 일본이 대북전략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카드’가 되어 버렸다”

-6자회담에 대한 전망은?

“6자회담은 끝났다고 본다. 이렇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 있지만, 지금까지 언급되지 않은 요인을 말하자면 러시아가 완전히 뒤로 빠진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러시아는 최근 베이징에서 있었던 6자회담 당사자국들의 회동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6자회담은 이란 핵문제와도 연동돼 있는데 러시아는 빠졌다. 러시아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그루지아 사태 등 국제문제와 관련해서 미국과 협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6자회담에서 빠져나가면 북한을 옹호하는 ‘장외 응원단’이 될 수 있다. 북한은 핵문제와 관련해서 미국과 양자회담을 원해왔고, 미국은 양자회담을 피하기 위해 불필요한 6자회담을 만들어 왔지만 별 성과는 없었다.

한국정부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북한은 앞으로 미북 양자회담으로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고, 또 북한 입장에서는 그렇게 가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핵문제는 미국과 양자협상을 택하고, 다른 쪽으로는 일본인 납치문제로 일본과 양자회담에 나설 수 있다.

북한이 생각하는 미-북, 일-북 양자회담은 그 성격이 다르다. 북한은 미-북간 북핵협상이 잘 안될 때 일-북간 협상을 해결하려는 듯한 태도로 국면전환을 시도하기 위해 두 개의 양자협상을 동시에 벌일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건강문제와 북한의 후계구도에 대한 견해는?

“최근 미, 한, 일 3개 정보기관 관계자가 회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각자 갖고 있는 북한 정보를 서로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북한에 관한 정보는 한국이 제일 많이 갖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일본은 제대로 된 정보기관이 없는 형편이어서 별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 김정일은 10월 10일 당창건기념일에도 얼굴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김정일은 현재 건강이 안 좋다고 해도 죽어가는 상태도, 식물인간 수준도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정도까지 판단능력을 유지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최소한의 의사표시는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정일이 권력대행자나 후계자를 결정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인데, 현재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김정일을 대행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것은 김정일 외에 어느 누구도 결정하지 못하는 문제다.

이러한 상황이 끝나게 되면 (김정일 이후) 장성택이 공식적으로 권력을 대행할 것으로 보이며, 후계자는 김정남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의 건강상태가 안 좋았던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장성택이 비밀리에 중국을 방문해 중국 지도부를 수차례 만나 상담을 한 것 같다.

아마도 김정일의 건강상태가 안 좋은 상황을 전제로 향후 북한 문제를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이 장성택을 중국으로 불러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10년 동안 북한경제 인프라 경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이 그러한 지원 조건을 내세운 것은 ‘북한의 경제개혁개방의 책임자로 장성택을 세우고, 중요 부서에 김정남을 세우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장성택이 북한에 돌아가 이 내용을 김정일에게 보고했다고 하는데, 김정일이 ‘그런 ‘조건’이 붙는 얘기를 그냥 듣고만 왔느냐?’며 분노했다고 한다.

후계자 문제를 (국가 문제로 보지 않고) ‘(김씨)가족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김정일이 중국이 함부로 말하는 데에 크게 분노하여 장성택에게 화를 냈다는 것이다.

중국은 장성택-김정남 라인을 후원하는 것으로 안다. 중국의 후원을 받고 있는 한 장정택-김정남이 앞으로 실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장성택-김정남 라인에 대한 북한 내부의 반발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후원을 받지 못하는 군부는 그 영향력이 매우 약하다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