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國歌에 나도 모르게 가슴졸여…5만관객 매너에 감동

▲경기 시작 전 남북한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울려 퍼졌다. <사진=남궁민 기자>

2010 남아공 월드컵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남북한 축구가 1일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진검승부를 가졌다.

경기장을 찾은 기자는 붉은악마 응원석의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멀리서나마 고향에서 온 북한 선수들의 모습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북한 선수들을 대하는 남한 사람들의 시선과 태도가 정말 궁금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돌입하고, 개성공단 직원을 강제 억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한 관중들이 북한 선수들을 이방인처럼 바라보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FIFA의 규정에 따라 경기 시작 전 남북한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울려 퍼졌다. 북한 선수들이 “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을 함께 부를 때, 쓸데없이 마음 졸이며 긴장했던 사람은 아마도 기자 한 사람뿐이었던 것 같다.

상암경기장의 5만 관객들은 밝은 표정으로 식전 행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만약 평양 5.1 경기장이었다면 어떤 분위기였을까? 태극기가 게양되고 남한의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상황이었다면 북한 주민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했을 것이다.

촘촘히 박혀있는 보안원들의 눈초리 때문에 관객들의 표정과 자세는 곧바로 경직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남과 북의 차이, 곧 자유를 누려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다.

대한민국은 그렇게 시시하고 속 좁은 나라가 아니었다. 남한 관중들은 스포츠 정신과 예의를 발휘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북한선수들이 입장 할 때부터 열광적인 박수로 환영했고, 그들이 남한의 골문을 위협하는 순간에도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다.

남한 선수들의 슛이 북한 골기퍼 이명국에게 막히는 순간마다 관중들의 아쉬운 한숨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곧바로 우뢰와 같은 박수로 이명국의 선방을 격려했다.

수원에서 온 한 관람객에게 ‘북한 선수들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드냐’고 물었다. “남북간 경기는 보는 것 자체로 즐겁다. 사실 우리(남한)가 이기면 더 좋지만 북한선수들도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겠다”면서 밝은 웃음을 짓는다.

결국 경기의 승패는 김치우의 발끝에서 결정났다. 김치우는 후반 43분 오른쪽 모서리에서 얻은 프리킥을 왼발로 감아 차 북한 골망을 흔들었다. 남한의 1대0 승리. 종료 휘슬이 울린 후 고개를 떨군 채 경기장을 나서는 북한 선수들의 뒷모습이 측은하게 보인다. 그들의 떠난 뒷모습에 기자는 소리 없는 박수를 보냈다.

북한에 돌아가서 지도원이나 선수들이 받게 될 압력을 생각하니 스포츠 정신으로 뛰어야 할 그들이 정치 선전이라는 그늘에서 눈치 봐야하는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사실 남북 국가대표 축구는 지난 16년간 승부를 가리지 못했을 만큼 종이 한 장 차이의 실력이다. 북한 선수들도 자유롭게 외국 축구리그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면 아마도 그 전력은 더욱 배가될 것이다.

김정일 체제가 종식되고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서게 될 때 축구 남북대결은 그 성격을 달리하게 될 것이다. 기자는 통일한국 대표선수 선발을 위한 남북 축구전을 상상하며 경기장을 나섰다. 말 그대로 ‘승패와 관계없이’ 온 민족을 열광시킬 수 있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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