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 ‘4.9총선’에 침묵

북한이 내달 9일 치러지는 남한의 18대 총선에 대해 과거와 달리 별다른 언급을 않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북한은 2004년 ‘4.15 총선’은 물론 역대 총선 때마다 2∼3개월 전부터 신문.방송을 동원해 연일 선거운동 동향을 보도하면서 “우익보수 부패 정치세력”을 낙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남한 총선에 깊은 관심을 표시해 왔다는 점에서 최근 침묵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은 이번 18대 총선에선 특정 정당에 대한 비난이나 ‘낙선 선동’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측의 선거동향 자체도 거의 다루지 않는 등 무관심한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한 언론매체들이 ‘4.9 총선’과 관련해 거론한 것은 한미동맹 강화 등을 비난하면서 2∼3차례 간단하게 언급한 것이 전부다.

북한의 주간지인 ‘통일신보’는 22일 남한 새 정부의 북한 인권문제 제기 등을 지적, “보수세력들은 이러한 모략소동을 통해 민심을 혼란시키고 앞으로 있게 될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승리’를 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1일엔 평양방송이 “지금 남조선 집권층은 오는 4월의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흉흉해지고 있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별의별 감언이설을 다 늘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 매체들은 남한의 선거동향에 대해선 직접적인 보도는 하지 않은 채 남한 일부 진보단체들의 ‘총선운동본부’ 결성 소식을 전하거나 이번 총선을 분석한 남한의 한 인터넷매체의 글 내용 일부를 소개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2000년 ‘4.13 총선’ 때는 북한이 당시 선거를 “우익보수 부패 정치세력과 자주 민주 통일을 지향하는 애국 민주세력간의 첨예한 정치적 대결”이라고 규정하고 남한의 유권자들에 대해 “우익보수 부패정치인”을 청산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매체들은 당시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에 관심을 보이며 남한 선거판의 혼탁상 및 남한 정치권에 대한 포괄적인 비난공세에 초점을 맞췄다.

2004년 ‘4.15 총선’ 때는 한나라당에 대한 공격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북한은 언론매체와 함께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조직을 내세워 “남조선에서 있게 되는 국회의원 선거는 마땅히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매장하는 계기로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1996년 15대 총선 당시에도 집권당인 신한국당을 집중 비난하면서 여권후보의 패배를 선동했다.

북한이 종래 총선 때와 달리 이렇게 남한의 총선에 침묵하는 것은 우선 남한에서 10년만에 보수적 성격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북한이 지금까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사실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관망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완전한 평가와 입장 정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남한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며 “이번 총선과 내달 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본 후 평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당국이 남한의 정치에 개입해봐야 영향력이 별로 크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점도 한 요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핵신고 문제로 북한 미국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남한의 선거에 적극 개입할 여유가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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