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 핵무기’ 잇단 거론 배경

북한이 주한 미군의 ‘남한내 핵무기 문제’를 잇따라 거론하고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 13일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표 담화를 통해 미국과 양자 군사회담을 제의하면서 ‘남한내 핵문제’를 언급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대남기구인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를 내세워 “미국이 남한에 핵무기가 없다는 것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남한의 중유 제공 1차분 북한 도착과 함께 북한의 영변 핵시설 가동중단 등으로 2.13 합의 이행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북한의 ‘남한내 핵무기 존재’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거듭 천명한 바 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국에는 미국의 핵무기가 없다”고 확인했지만 북한은 이런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북한은 판문점대표부 담화에서 “최근 미국이 임의의 지역, 구체적으로는 조선에서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는 폭발력이 강하면서도 소형화 된 핵무기를 해마다 123개씩이나 생산할 것을 목표로 한 새로운 핵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며 “조선반도의 핵문제 해결이 왜 힘든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는 “오늘도 미국은 대화의 막 뒤에서 남조선에 최신 핵전쟁 장비들을 계속 끌어들이면서 핵전쟁책동에 광분하고 있다”며 “조선반도 핵문제의 해결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의 대조선(대북) 정책 전환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한반도 핵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 등에서 ‘북한 핵문제’만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과 항변의 표시로 풀이된다.

북한이 “미국, 일본과 같은 나라들이 저들은 제 생각나는 대로, 제 마음내키는 대로 신형 핵무기든지, 다음 세대 미사일이든지 마구 만들면서도 국방력 강화를 위한 우리의 자위적 조치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이중기준”이라며 “인류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날강도적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아울러 북한이 2.13합의에는 명시돼 있지 않는 기존 핵무기 문제를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핵 프로그램 폐기’와 분리해 미국과 직접적인 핵군축 회담을 통해 논의해 나가겠다는 ‘의제 선점’ 포석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1990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후 자신들을 사찰하려면 남한에 대해서도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미국과 핵군축 회담 등까지 고려한 주장으로 보인다”며 “동시에 기존 핵무기에 대해서는 최후까지 보유하면서 경제적 지원을 받아낼 수 있다는 전략의 일단을 내비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도 지난해 12월 6차 2단계 6자회담 기조연설을 통해 “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논의는 가능하지만 핵실험을 통해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논의 대상이 아니고 핵군축 회담을 통해서나 가능하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2.13합의 이행이나 6자회담에서 당장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13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미국과 전략적 관계를 구축하려고 군사회담을 제안한 것”이라며 “전략적 관계는 군부의 개입 없이는 성립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제안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새로운 주장이 아니고 6자회담 재개를 대비해서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고 기존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이 핵폐기를 하면 이에 대한 상응 조치를 외부에서도 취해야 하고 핵문제가 해결되려면 남북이 상호 안보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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