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 코로나19 백신 받을까?… “의료 협력 검토하지도 않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①] 한미훈련 중단 등 통 큰 양보 이끌 카드로 활용 가능성

북한 양강도 삼지연시 인민병원 앞에서 개원식이 진행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우리 정부와 의료계 일각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남북 보건의료 협력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남북이 하나의 생명 안전 공동체로 묶여 있다’는 관점에서 협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남북교류협력기금 중 코로나19 등 남북보건협력 항목의 예산을 올해 585억 원에서 955억 원으로 증액 편성했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지원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이 같은 보건의료 협력 제의에 화답을 할 수 있을까? 데일리NK 취재를 종합해 보면, 북한 당국은 “남조선(한국) 명의로 된 직접적 지원은 공식 거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선언 이후 국제기구를 통한 의약품이나 장비는 도움받을 수는 있지만, 한국은 포함되지 않은 조건을 달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북한에 5만 t의 쌀을 지원하려던 계획이 결국 최종 무산된 것에서도 짐작되는 대목이다.

심지어 남북 보건의료 협력 문제에 대해 검토하는 기관이나 조직도 현재까지 전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대미협상국이 은밀히 활동하고 있지만, 대남 문제에 관해서는 내적으로 전략을 짜지도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각에서 제기하는 병원이나 주요 시설 건설 자재를 한국이 책임지고 지원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남조선과의 직접적 협력은 의향 없다”는 방침이다.

소식통은 “평양종합병원 현대적 의료설비 지원과 운영 견습은 외국 의료 부문과 상의하려고 대상을 물색 중”이라면서 “상부에서도 발전된 의료체계를 가진 나라나 국제기구를 통한 협력에 나서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지만, 여기서도 남조선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황해북도 인민병원 의료진이 마스크를 쓴 채 토의를 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 ‘열악한 보건의료한국의 우월성드러날 가능성 염려

북한이 노골적으로 한국과의 보건의료 협력에 거리를 두는 주요 원인으로는 ‘체제 결속에 걸림돌’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남조선 보건의료 수준을 보고 적(敵)들에 대한 환상을 의사나 인민들이 품는 건 절대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또한 그동안 주장해왔던 ‘당의 탁월한 예방의학 사상과 정책’에 어긋나기 때문에 앞으로도 협력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열악한 보건의료의 민낯과 함께 한국의 우월성이 드러날 가능성을 사전에 적극적으로 차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북한은 오랫동안 한미일을 ‘영원한 공화국 정부와 인민의 3주적’이라고 인식해왔었다. 또한 ‘코로나 확진자 0명’이라는 주장과 함께 이는 모두 우수한 보건의료체계 때문이라는 선전선동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향후 북한이 보건의료 협력 부분도 한국에 통 큰 양보를 얻어내는 데 하나의 카드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소식통은 “정부는 남조선이 소소한 식량과 의약품 지원 문제보다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지, 군비 축소 등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런 큰 결과가 없이 협력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국제사회에 최신 의료장비 및 설비, 운영기술, 약품 등에서 협력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다만 이도 코로나 종식 선언 이후에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민심의 변화 가능성까지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방침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 편집자 주 :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나서고, 막바지 초특급 방역을 강조하는 등 북한도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건의료 부분을 가장 선차적인 국가사업으로 설정하는 등 향후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데일리NK는 현재의 북한의 보건의료 부분의 실태를 점검하고 사업 방향성을 진단할 예정입니다. 또한 이를 토대로 남북 협력 및 국제 연대 추진 가능성도 독자 여러분들과 고민하고자 합니다.

 

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