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 새정부 한달 관망속 사안별 비난 강화

이명박 정부 출범 한달, 여전히 북한은 새 정부에 대해 관망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한미동맹 강화 방침을 비롯해 군사분야와 인권문제 등 사안에 따라선 비난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아직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이나 취임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사 등에서 밝힌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 구상에 대해서도 외곽 매체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한 것 외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태도는 북한이 그동안 남한의 대통령 선거 결과나 취임사 등에 대해 반응을 보여온 데 비춰 이례적이다.

북한은 그러나 최근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붕괴전략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대북 인권문제 제기를 비롯해 한미 합동군사훈련, 한미동맹 강화, 그 일환으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완전참여 검토에 관해선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불만의 표출 강도를 높이고 있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를 직접 공격한 것은 이달 초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우리 정부 대표가 북한 인권 상황의 개선을 촉구하자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나서 “보수집권세력의 극악한 망언”이라고 비난한 것(6일)이 처음이다.

조평통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를 “보수집권세력”으로 규정하고 “지난 시기 세인을 경악케 하는 파쇼통치로 남조선을 참혹한 인권의 불모지로, 민주의 폐허지대로 만들었던 독재 ‘정권’의 후예들”이라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이달 초 실시된 한미 합동 ‘키 리졸브’ 군사연습과 독수리군사연습에 대해 북한은 외무성대변인,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등이 나서 “북침 핵전쟁 연습”이라며 “대응조치 강구”를 밝혔으며, 대북방송 확대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남조선(남한)의 보수집권 세력이 미국과 일본의 우익보수세력과 결탁”해 “동족과의 사상대결, 체제대결”을 불러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 매체들은 특히 근래 들어선 새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방침을 집중 거론, “남조선의 친미 호전세력들”이 미국과 동맹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이는 “외세와 야합해 동족을 침략하기 위한 전쟁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다만 아직 ‘이명박 정부’라고 직접 지칭하지는 않고 “보수집권세력”이나 “남조선 호전세력”이라는 표현만 사용하고 있다.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 구상에 대해 직접 논평한 것은 없지만,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가 이를 “비현실적이며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남북관계에서 “이념이 없는 실용주의는 큰 위험성을 띠고 있음을 절대로 간과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 것은 북한의 부정적인 입장을 엿보게 한다.

이런 가운데 북한 언론매체들은 물론 남한 민간단체 관계자 등이 방북해 만난 북한 당국자들도 10.4 남북정상선언의 “철저한 이행”을 지속적으로 강조함으로써, 남북정상선언의 이행 수준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입장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북한이 대남관계 방향을 설정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북한의 한해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신년 공동사설(신년사)에서 ‘10.4선언’을 “6.15선언을 전면적으로 구현하는 실천강령”으로 의미를 부여한 데 이어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이 선언의 성실한 이행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길이라고 줄곧 강조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지난 8일엔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가 뉴욕에서 워싱턴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임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의 정권이 바뀌어도 남과 북의 수뇌부(정상)가 상봉해서 공표한 약속은 실행돼야 한다”며 “이명박씨가 어떻게 하는지 앞으로 두고 볼 것”이라고 남북정상선언의 이행을 주문했다.

연합뉴스 기자가 지난주 중소기업인 참관단과 함께 방북해 평양에서 만난 북측의 대남 관계자들도 “남북 양측 정상간 합의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백지장이 된다면 앞으로 남측의 누구와 무엇을 합의할 수 있겠느냐”며 ‘10.4선언’의 이행을 강조했다.

남북 당국이 서로 상대가 먼저 행동하기를 기다리며 남북 당국간 대화와 접촉이 중단됨에 따라 북한은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도 예년과 달리 비료나 농약 등 시급한 영농물자 지원도 요청하지 않고 있으며,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움직임도 실종 상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달 초 방북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남쪽의 정권교체 등에 대해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1차적으론 내달 중순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북한이 새 정부와 관계를 설정하고 행동에 나설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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