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 비료지원 공개 안해

북한 언론이 19일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에 관한 공동보도문 내용을 소개하면서 남측의 비료 20만t 지원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은 공동보도문 3항에 명시된 “남측은 인도주의와 동포애적 입장에서 5월 21일부터 당면한 봄철비료 20만t을 제공하기로 하였다”를 “인도주의와 동포애적 입장에서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하였다”라고만 보도했다.

이번 회담의 주 의제가 비료지원이었고 특히 과거 장관급회담이나 실무회담 등과 달리 공동보도문에 엄연히 비료지원문제가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빼버렸다.

그러나 사실 북한은 종전에도 남측의 비료 및 식량지원에 대해 언론을 통해 공개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와 대한적십자사는 1999년 이후 작년까지 거의 해마다 봄철에 20만t, 가을철에 10만t의 비료를 북한에 제공해 왔다.

하지만 북측은 조선적십자회 위원장의 명의로 된 감사를 판문점 전통문 등을 통해 전달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아직은 남측의 지원 사실을 주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리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물론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측의 지원이 잦아진 데다 어차피 시장 등에 남한의 쌀 및 비료 포대가 공개적으로 등장하고 있어 이제 더이상 남측의 지원사실을 숨길 수도 없고, 숨기려고 하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은 주민들에게 굳이 공개적으로 알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속적인 경제난과 경제개혁에 따른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우려해 사상교육에 힘을 쏟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 남측 지원을 공개적으로 밝힐 경우 오히려 대남 환상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 농업부문을 경제건설의 주공전선으로 설정하고 농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알곡증산의 결정적 요인인 비료를 남측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을 꺼렸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 언론도 남측의 지원을 의식한 듯 1984년 남한에서 수재민이 발생했을 때 수해구호품을 보냈고 광복 이후 남한에 옷가지와 모포, 용수와 전기를 지원한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과거 남측이 어려웠을 때 북측이 지원했듯이 남측도 동포애적 입장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남측의 식량 및 비료지원 이래 이를 언론을 통해 공개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더욱이 올해 농업생산에 특별히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료 지원이 공론화되면 주민들에게 남측의 도움 없이는 농사를 잘 지을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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