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흔들기 전략’ 마련 안돼 이산상봉 제안 거부”

북한이 9일 우리 정부가 설 명절 계기로 제안한 이산가족상봉 재개에 대해 사실상 거부했지만 “좋은 계절에 마주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은 이날 통일부에 보낸 통지문을 통해 “남측에서 전쟁연습이 그칠 사이 없이 계속되고 곧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이 벌어지겠는데 총포탄이 오가는 속에서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마음 편히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이어 통지문은 “원래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은 지난해 우리(북한)에 의해 제기돼 실행단계에까지 갔다가 남측 당국의 불손한 태도와 적대행위로 하여 실현되지 못했다”면서 “남측이 우리의 성의 있는 노력과 상반되게 새해 벽두부터 언론들과 전문가들, 당국자들까지 나서서 무엄한 언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통지문은 “설을 계기로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을 하자는 남측의 제의가 진정으로 분열의 아픔을 덜어주고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선의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좋은 일이라고 본다”면서 “남측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이 없고 우리의 제안도 다 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좋은 계절에 마주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설 이산상봉 제의를 사실상 거부하면서도 여지를 남긴 것은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관계개선’을 언급한 만큼 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했다. 특히 장성택 처형 이후 내부 체제결속에 주력하고 있는 북한이 향후 체제안정이 되면 남북관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역제의할 것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데일리NK에 “원래부터 이산가족 상봉 자체에는 관심이 없고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끌고 가려는 북한의 의도가 드러났다고 봐야 한다”면서 “금강산과 연계하려 했지만 우리 정부가 선을 긋자 실리를 챙기려는 또 다른 수단을 고민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유 선임연구관은 “북한은 자신에게는 이익이 없는 이산상봉에 대해 이후에도 ‘최고 존엄 훼손’에 대한 사과 등 우리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놓을 수 있다”면서 “이런 역주장과 한미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남측에 돌리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장성택 처형 이후 내부적인 사태도 정리가 안 됐고 이산상봉을 받아들이면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빼앗긴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의 기본적인 대남 정책이 겉으로는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밑으로는 박근혜 정부를 궁지에 몰고 가려는 것인데 아직 그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소장은 이어 “북한은 향후 한미연합훈련과 남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석기 RO(혁명조직) 등에 대한 재판 과정 등을 트집 잡으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이날 북한의 사실상 거부에 대해 “북측이 연례적 군사훈련 등을 인도적 사안과 연계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 북측은 말로만 남북관계 개선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면서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위한 우리 측의 제의에 성의 있게 나오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