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제외 美.中.日.러와 ‘양자채널’ 구축

북한이 일본과 양자채널 구축에 성공함에 따라 남한을 제외하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 모두와 양자간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대화루트를 마련하게 됐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 결과가 발표된 13일 “교착타개의 실마리를 찾은 쌍방이 추진하게 될 작업은 ‘지속적인 대화의 추진’으로 될 것”이라며 “사전접촉으로부터 합의도출에 이르는 과정은 쌍방이 현안 해결을 위해 대화를 계속하는 조건을 마련하는데 주력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북일 모두 납치문제에 걸려 한발짝도 내딛지 못했지만 이번 회담에서 ‘北 납치 재조사 및 요도호 문제 해결-日 대북제재 부분해제’의 주고받기식 협상을 통해 대화가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음을 지적한 셈이다.

후쿠다 총리는 14일 이번 북.일회담의 결과에 대해 “지금까지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이제 교섭과정의 입구에 들어섰다”고 말해 북한과 ‘대화 단절의 시대’에서 ‘대화 있는 시대’로 변화했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일각에서는 후쿠다 총리가 과거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2002년 방북 과정에 적극 개입한데다 20% 안팎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적인 대북교섭을 통해 납치문제 등에서 성과를 이끌어내려고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경우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 직후 납치문제에서 가시적인 진전을 이끌어낸 뒤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했었다.

미국과는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가동되어온 뉴욕채널 뿐 아니라 미국 국무부 관계자들의 수시 방북 및 접촉을 통해 양자간 현안 해결의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지난 5월 방북해 영변 핵시설의 가동기록을 전달받은데 이어 10∼11일 평양을 방문해 불능화 문제와 미사용 연료봉 처리 문제 등을 논의했고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5월말 베이징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나 핵신고 문제 뿐 아니라 납치문제까지 폭넓은 대화를 나눠 성과를 도출했다.

특히 북한이 원하는 테러지원국 해제를 앞두고 양국간 접촉은 더욱 잦아지고 빈번해지면서 북한의 ‘ 반테러 성명’ 발표 등 미국측의 요구사항이 하나씩 성사되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다 50만t의 식량지원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비정부기구(NGO)가 북한에 상주해 분배과정을 감시하게 될 뿐 아니라 한국어를 구사하는 인력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양국간 소통은 민관 양쪽에서 활발해질 전망이다.

북한의 오랜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는 기존의 대화채널이 공고히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상호간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주북 중국대사관 방문, 평양에서의 성대한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 등 올들어 북.중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권부의 2인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오는 17일부터 2박3일간 방북할 예정이고 이 때 중국은 북측과 대규모 식량지원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류샤오밍(劉曉明) 주북 중국대사는 과거 어느 대사들보다 활발하게 북한 고위 지도부와 접촉을 갖고 양국간 관계 진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양국은 정부.기업.연구기관.단체 등 다양한 대표단의 상호 방문을 통해 더욱 밀도있는 관계를 구축해 가고 있다.

6자회담에서 주로 북한의 손을 들어줘 왔던 러시아도 북측과 다양한 교류를 통해 과거의 동맹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철도공사 대표단이 라진항에서 하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개보수를 위해 잇달아 방북하고 있고 12일에는 민족합창단이 북한에서의 공연을 위해 방북했다.

이처럼 미국, 중국, 러시아의 대북한 채널은 갈수록 돈독해지고 북일간 대화채널 마저 복원된 반면 남북간의 대화채널은 지난 3월 개성공단 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의 정부 파견인원을 사실상 추방한 이후 불이 꺼져 이들 국가와는 달리 거꾸로 가고 있는 양상이다.

물론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김계관 부상과 접촉을 갖기는 했지만 남북 양자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6자회담에서 논의되는 비핵화 논의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남북 양자채널의 가동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12일 6.15 8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진정한 남북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현재와 같이 단절돼 있다면 계속 오해만 생길 뿐”이라며 북한에 남북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했지만 북측이 호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남북간 경제협력사업은 속도를 상실해 현대아산은 올해 실시할 계획이던 백두산 직항로 관광을 내년으로 미뤘으며 개성공단의 분양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당장에 남북관계가 재개되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 등을 추진하고 북한에 대한 거친 언급을 자제함으로써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대북지원 등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북한과 대화에서 우리가 배제된다면 여론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가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대화가 없이는 그 무엇도 이룰 수 없다”며 “대북정책에서 성과는 북한이 밉든 곱든 대화채널을 유지하면서 그 틀 속에서 해결해야만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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