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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한 정치상황에 적극 개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일부 뉴라이트 진영의 연대활동이 강화되면서 이러한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은 13일 “신보수전국연합(뉴라이트전국연합)은 친미사대와 파쇼독재, 동족대결과 반통일에 뿌리를 둔 독초이며 악의 산물”이라고 비난하는 등 뉴라이트 세력 비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국전선은 지난 9일 뉴라이트전국연합 창립 1주년 기념식에 한나라당 대권주자와 당직자들이 대거 참석한 것과 관련, “정권 탈취를 위한 친미보수세력들의 공모결탁이 극히 위험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또 “미국의 조종 밑에 친미보수세력들의 재집권이 실현되는 경우 남조선에서 자주, 민주화가 말살되고 6.15가 날아나며 온 민족이 핵전쟁의 참화까지 입게 될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뉴라이트 비난은 지난해 10월 자유주의연대를 주축으로 하는 뉴라이트네트워크가 출범하고 이어 뉴라이트전국연합이 탄생하는 등 뉴라이트 운동이 확산될 기미를 보이면서 시작됐다.
北매체 “뉴라이트는 민주화운동 말아먹은 배신자”
당시 북한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들을 “미국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신보수 세력인 ‘네오콘’과 종교적 보수주의자들을 대표하는 ‘시오콘’을 모방하고 흉내냈다”고 매도했다.
이 매체는 “이 패거리(뉴라이트)들은 2007년에 진행될 대통령 선거까지 내다보고 쿠데타적 새 출발을 뗀 것”이라고 비판하며 “신보수의 간판 밑에 추진되는 우익보수세력들의 더러운 야합책동을 폭로분쇄하기 위한 투쟁에 힘차게 떨쳐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국전선도 “보수언론들과 민주화 운동을 말아먹은 운동권 출신의 배신자들, 학계의 보수파들이 수구보수 세력의 부추김 아래 자유주의연대를 비롯한 신보수 단체를 조직하고 여기에 기성 보수단체를 합류시켜 신보수전국연합이라는 단체를 조작함으로써 범보수 대연합으로 사회적 진보와 통일로 나가는 역사의 흐름을 멈춰 세워 보려고 하고 있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어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의 우두머리들이 비굴하게도 무엇을 얻어먹겠다고 신보수 전국연합의 주변을 기웃거리며 추태를 부리는 것은 ‘물에 빠진 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격’의 가련한 몰골”이라고 비난했다. .
이미 북한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남조선에서 반보수대연합을 이룩하는것이 중요하다”며 “남조선의 친미보수세력은 지금 6․15통일시대를 과거의 대결시대로 되돌려 세우고 저들의 집권야욕을 실현하기 위하여 최후발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미국이 친미보수세력을 규합하도록 부추겼다고 주장하며 “’반미자주화’와 ‘반보수대연합’의 기치를 높이 들고 친미보수세력들의 정권탈취 음모를 단호히 짓부셔 버려야”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북한, 불리한 정세 막기 위해 선전 강화하는 듯
특히 최근에는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를 막아야 한다면서 반보수대연합을 연일 주장하는 대남선동을 강화하고 있다.
선전매체들은 “반보수대연합은 정의구현의 길” “친미보수세력에 대처할 수 있는 위력한 무기는 반보수 대연합” “반역당 재집권 책동을 절대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는 등의 주장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뉴라이트 단체 등 신우파 보수성향의 단체들을 제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2년 대선을 ‘민족자주세력, 통일애국세력의 승리’로 평가하는 북한은 한나라당을 비롯한 남한 보수세력의 결집과 차기 대선에서의 한나라당 집권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들에게 극히 불리한 정세가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남선전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북한 대남선전이 남한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개입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또 386 친북세력의 간첩행위 조사과정에서 북한이 5.31 지방선거 개입 지령을 내렸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앞으로 북한의 남한정치 및 선거 개입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