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언론 시비에 금강산행사 취소” 일방 통보…진짜 속내는?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전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했던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북한은 공연 취소 이유로 남측 언론을 앞세웠지만, 실상은 나름의 전략적 셈법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는 북한이 29일 밤 10시 10분께 우리측에 통지문을 보내 내달 4일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했던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한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통지문에서 “남측 언론들이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우리가 취하고 있는 진정어린 조치를 모독하는 여론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는 가운데, 우리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해 나선 만큼 합의된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언급한 내부 경축행사는 2월 8일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건군절’ 열병식으로 해석된다. 실제 북한의 열병식 준비 정황이 속속 포착되면서 일각에서는 우리 측이 평창올림픽 기간 한미군사훈련을 연기한 것에 맞춰 북한에 열병식 취소나 연기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앞서 지난 22일 ‘1948년 2월 8일을 조선인민군 창건일로 할 것이며, 1932년 4월 25일을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로 할 것‘, ‘2월 8일을 2·8절(건군절)로 할 것’이라는 내용의 결정문을 발표한 뒤, 건군절 분위기 띄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인민군 창군 70주년에 정권수립 70주년을 맞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인데다, 김정은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치러지는 첫 열병식이라는 점에서 대규모 행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3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4월 25일에 기념하던 건군절을 올해부터 2월 8일로 옮기면서까지 무리하는 것은 한반도에 모든 초점이 쏠려있는 시점에 자신들의 무력을 보여주자는 의미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일부 국내 언론이 문제 삼자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 입장에서는 지금 핵·미사일 도발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열병식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라며 “더욱이 김정은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기 때문에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을 열병식을 통해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공연 취소를 통해 ‘핵무력 완성 행보는 문제삼지 말라’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는 것.

일각에서는 정부가 금강산 합동공연을 위해 경유를 들고 방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과 관련, ‘제재 위반’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북한도 의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가 유류 반입을 위해 미국 등 국제사회의 협조를 구하고 있는 데 대해 북한이 불만을 표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북한은 마식령스키장 남북 공동훈련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마식령스키장 홍보의 장으로 삼아 체제를 선전하고, 새로운 외화벌이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북한이 ‘남한 길들이기’를 통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아 원하는 바를 얻고자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정부는 이번 북한의 취소 통보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전 금강산에서의 남북 합동공연이 열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남북이 합의한 다른 행사들도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남북은 31일부터 1박 2일간 마식령스키장에서 남북 스키선수들의 공동훈련을 진행하기로 사실상 합의한 상태다. 또한 남북은 앞서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명으로 구성된 북한 예술단이 내달 6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내려와 8일 강릉아트센터와 11일 서울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북한의 남북 합동공연 취소 일방 통지와 관련해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남북이 합의한 행사가 개최되지 못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어렵게 남북관계 개선에 첫 발을 뗀 상황에서 남과 북 모두 상호 존중과 이해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의한 사항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9일 고위급회담에서 남북이 상호 합의를 통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및 관련 행사들을 준비해오고 있었고, 남북 간 상호 존중과 이해 정신 하에서 합의 사항들이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북한도 이런 합의 사항을 이행해 나감으로써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는 정상화 과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북측의 일방적인 금강산 공동행사 취소 통보에 대한 입장을 담은 답신 전통문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