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경제개선 조치 가능성 등 최근 ‘변화의 조짐’이 개혁개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남한의 해석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3일 ‘체제대결광신자들의 개꿈’이라는 대남 비난 글을 통해 “남조선의 보수패당은 우리 공화국의 약동하는 현실을 저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으로 대하면서 왜곡하고, 그 무슨 ‘변화’설 따위를 내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무슨 ‘개혁’이니, ‘전방위적인 교류협력’이니 하는 나름대로의 수작을 늘어놓는가 하면, 우리의 존엄 높은 선군정치까지 제멋대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공화국의 현실을 모르는 정치문맹자들의 가소로운 추태”라고 비난했다.
특히 신문은 대결국면의 남북관계에 대해 ‘남한 책임론’을 펴면서 “남조선 보수패당이 ‘북의 변화설’을 내돌리는 것은 악랄한 체제대결 야망의 집중적 발로”라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통일을 부르짖으며 ‘개혁개방’ 바람을 불어넣으려고 피눈이 되어 날뛴 천하에 둘도 없는 미치광이들이 바로 그들”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우리 혁명이 전진하는 과정에 임무와 전술, 투쟁방법은 달라질 수 있으나 전략적 로선에서는 변화가 있을 수 없다”며 “김정일 애국주의를 보검으로 틀어쥐고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 위업을 기어이 실현하려는 우리의 혁명적 립장은 확고부동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의 이 같은 격한 반응은 최근 추진중인 경제조치에 대한 남한 정부여당의 해석에 대해 강하게 거부하면서 내부 개혁은 외부의 주문이나 요구가 아닌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실시한다는 것을 강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9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도 “괴뢰패당(남한 정부)은 우리의 현실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면서 ‘정책 변화 조짐’이니 ‘개혁개방 시도니 떠들고 있다”면서 “우리에게서 정책 변화나 개혁개방을 기대하는 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개꿈”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북한은 최근 ‘인민생활 향상’을 화두로 ‘창성정신’을 강조하면서 군(郡) 중심의 지방경제 육성을 강조하고 있고, 농업개혁 등을 담은 이른바 ‘6.28방침’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내각 중심의 경제관리 개선 조치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군 최고 실세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 ‘숙청’되기도 했다.
앞서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이영호 해임에 대해 “선군(先軍) 정치가 선민(先民) 정치로 넘어가는 징후인지, 개혁·개방을 의미하는지 속단할 일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북한의 최근 경제 개선 조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이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이번 조치가 북한 주민들의 생활 개선을 가져올 수 있는 전면적인 조치가 아닌 부분적, 시범적 조치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