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中 압박에 겉으론 ‘담담’ 속으론 ‘자주’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중국과 갈등을 어떻게 대응해 나갈까.

중국은 14일(현지시간) 북한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전격 찬성한 데 이어 주요 대북 교역지인 단둥 일대의 일부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대북 송금업무를 중단하는 등 발 빠른 제재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북한은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무덤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과거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나 한.중 수교 등 중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을 때에는 중국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도 적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이번 조치에 대한 불만표출은 나타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에 대한 북한의 불편한 심기는 언론보도에서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중국이 미사일 발사에 관한 유엔 결의안을 전격 찬성하기 전까지만 해도 조선중앙방송과 노동신문 등은 중국정부의 정책과 발전 현황을 매일같이 소개했으나 이후에는 양국 사이의 동정 정도 외에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북한 언론은 연일 ‘자주’를 강조하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16일 정론 ‘위대한 선군의 80성상’에서 북한 외교에 대해 “그 누구의 눈치를 봄이 없이, 초대국의 그 어떤 압력에도 구애됨이 없이 자기 식으로 제 할 소리를 탕탕 하며 자주적인 대를 억척으로 세워나가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 누구의 눈치를 봄이 없이’ 대목에서 ‘그 누구’란 중국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중앙방송은 26년 전에 내보냈던 노동신문 정론 ‘자주의 기치’까지 재방송하면서 자주를 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부적으로 심한 배신감을 갖고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에 경종을 울리면서 간부와 주민들에게 ‘자주’와 ‘우리식’을 강조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실제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7월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과 관련, 전 세계가 북한의 ‘적’이고 중국 등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배신감을 표출하고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 지도부는 정치.외교.경제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특히 중국의 대북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자칫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나름대로 대책 마련에 고민해왔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연장선에서 북한은 중국의 강력한 만류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단행한 데 대해 자주 외교를 대내외에 과시했다며 스스로 만족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 차원의 국제적 고립과 압박이 가중되는 속에서 북한이 중국을 향해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중국을 직접적으로 겨냥해 양국관계를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가는 행동은 자제하면서 중국의 외교적 설득 등에 무관심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제재결의안으로 경제분야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북한 경제의 숨통을 이어가려면 중국을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북제재를 가한다고 하더라도 북한과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거나 민간기업의 소규모 교역을 포함한 대북교류를 완전히 중단하지 않는 한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생필품과 식량을 어느 정도는 충당할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은 대 중국 외교에서 러시아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 모두 한반도에서 대북 영향력을 중요한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이미 1960년대 중소분쟁의 틈 바구니에서 재미를 본 만큼 앞으로도 중요한 외교전략으로 이용할 것이라고 외교관 출신 탈북자들은 지적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의 동결조치를 정치적으로만 해석하려고 하면서 이미 북.중간에는 작년 말부터 갈등이 있어왔다”며 “유엔 결의안 통과와 중국의 조치로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멀어질 것이고 중국의 대북 설득력도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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