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지난 달부터 공장과 북한식당들이 문을 닫자 지린성(吉林省) 등지에 파견돼 있는 북한 노동자들도 반강제적 격리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답답함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지자 북한 당국은 2016년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처럼 이들이 체제 이탈을 감행하지 않을까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때문에 지난달 24일부터 중국 공장과 (북한) 식당들이 문을 닫았다”며 “노무자들이 언제 다시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지 가늠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춘제(春節·중국의 음력설) 연휴가 끝난 이후 현재까지 많은 공장들이 정상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어 소식통은 “노무자들이 한달째 하는 일도 없이 갇혀지내다 보니 불만이 많다”며 “나가고 싶어하는 통에 관리성원들이 노무자들을 통제하는 데 진땀을 흘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몇 년 전처럼 또 (한국으로 종업원들이) 뛸까봐 위(당국)에서 걱정하고 있다”며 “최근 관리 간부들 대상으로 노무자의 이상 동향 파악 등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고 덧붙였다.
2016년 중국 저장성(浙江省)에 위치한 류경식당에서 종업원 13명이 한국으로 집단 탈북한 사건이 재현되지 않을까 북한 당국이 우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장 노동자들의 경우 공단 안에 공장과 기숙사가 있고 높은 담이 둘러져 있어 이곳을 이탈하기가 어렵지만 북한 식당에서 복무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외출이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식통은 “식당 복무원들은 그동안 출퇴근을 하면서 간식도 사먹고 세상 구경도 했었는데 지금은 숙사에 꽉 막혀있어 힘들어 한다”며 “비좁은 집에 10~20명이 함께 붙어 지내니 다들 신경이 곤두 서있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 파견 노동자를 관리하는 간부들은 당자금 마련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공장과 식당이 코로나19사태로 문을 닫아 노동자들이 노임을 받지 못하는데도 당에 내야 하는 ‘충성의 자금’은 계획대로 납부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일을 안했기 때문에 노임을 받지 못하는데 이달 당에 납부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고민하는 관리자들이 많다”며 “위(북한 당국)에서는 노무자들 상황과 상관없이 성원들에게 떨어진(할당된) 금액을 무조건 내라 하니 노무자들도 관리성원들도 없는 돈을 만들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매달 당국에 ‘충성의 자금’으로 내야 하는 금액은 매달 1000위안 가량으로 전해진다. 본지는 중국 공장 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은 2000~3000위안이지만 그 중 50%를 당에 납부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노동비자 없이 中 파견된 北 노동자들, 임금 상승됐지만…)
소식통은 “상황이 힘들다보니 관리 성원들 중 일부는 당에 돈을 바치지 못해 추궁 당하는 것보다 도망가는 것이 낫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당자금에 대한 압박이 크다는 의미다.
일부 관리자들은 당에 납부하는 충성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의 다른 무역업자들에게 일거리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중국 전역 대부분의 공장들이 정상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자 중국 공장들이 언제쯤 정상 가동을 시작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북한 노동자가 많은 랴오닝(遼寧)성과 지린성의 경우 이달 초에는 공장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이달 초에는 공장들이 가동을 시작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다”며 “더 이상 장기화되면 중국 회사도 노무자들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무자들은 비루스에 걸리는 것보다 돈을 못 버는 게 더 무섭다는 말을 한다”며 “빨리 공장이 문을 열게 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