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국의 대북 무상 원조 제공 결정을 전격 보도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4일 “최근 중화인민공화국정부가 조선(북한)에 무상원조를 제공하기로 결정하였다”며 “중국 정부의 무상원조 제공은 강성대국 건설을 다그치고 있는 조선인민의 투쟁에 대한 고무로 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중국의 대북 무상원조 결정을 전격적으로 보도한 것은 ‘전면적 대결태세’를 강조하면서 긴장 강도를 높이고 있는 한국과 미국 등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이 최근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언급해 남북관계를 긴장 국면으로 몰고 가고,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적 검토에 들어간 상황에서 ‘대포동 2호’ 발사 준비로 위기를 조성해 미국의 관심 끌기를 시도하고 있다.
북한의 이러한 긴장 고조 정책으로 비롯될 경제나 안보 문제를 중국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의 안전망 속에서 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한·미에 전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의 전격적인 발표에 중국 정부도 상당히 당황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일단 이번 무상 원조는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지난 1월말 설을 앞두고 평양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했을 때 시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시기와 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의 대북 무상원조 시기는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이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방북 시점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은 왕자루이 부장 편으로 보낸 친서에서 북-중 수교 60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의 방중을 초청했고 김 위원장은 이를 수락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성사되면 후진타오 주석이 답방 형식으로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무상원조가 양국 정상의 방문에 맞춰 이뤄진다면 액수는 2천만-4천만 달러 선일 것으로 보인다. 후 주석이 지난 2005년 방북에서 시찰한 평안남도 대안친선유리공장은 중국이 무상원조한 2천400만 달러를 들여 건설된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은 작년 6월 평양 방문 때 선물로 북한에 항공유 5천t과 1억위안을 제공했는데 이는 총 1천500만달러 규모였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인 액수일 뿐이라는 것이 대중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실제 지원 규모는 이보다 3~4배 수준이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특히 이번 중앙통신이 이례적으로 보도까지 한 것은 무상 원조 규모가 이전의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강준영 외국어대 교수는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중국이 김정일을 만나면 항상 지원책을 가져갔던 전례에 비춰볼 때 최근 왕자루이의 방문 때 이면 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중국은 북한이 올 초부터 남한의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현인택 통일부장관 내정자에 대한 비판을 했던 점에서 더 이상 (북한이) 한국에 정치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북핵’이 우선순위가 아니니까 이 기회에 북한을 더 자신들의 범위 안으로 불러들이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북한도 남한에 머리를 숙일 수 없고, 미국에도 특별한 것이 나올 것이 없다고 판단해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중국을 선택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최춘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중국은 북한의 핵정책 등과 관계없이 공식적으로는 4~5천만 달러를 지원했지만 실질적 규모는 약 3배정도였을 것”이라며 “이번에는 그보다 더 많이 주겠다는 것을 밝혔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 연구위원은 “중국의 무상원조 방침은 북한이 안정돼 중국에 따라오면 좋겠다는 권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