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정일 체제에서 중국의 영향력 강화로 인해 북한 원하지 않는 조건에서도 개혁개방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지난 5일 열린 통일·안보 전문지 NK비전 1월호(통권 31호) 전문가 대담에서 “북한 경제는 시장경제도 자리를 잡았고 중국에 상당히 의존적인 상황”이라면서 “현재 북한내부의 시장 상황과 중국의 개혁·개방의 요구를 보면 북한이 원하지 않아도 개혁·개방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유 교수는 “북한이 (개혁·개방의 흐름을) 막아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그동안 체제와 주민의 의식변화를 동반하지 않는 제한적인 ‘모기장’ 개방만 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난 심화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북한이 향후 개혁개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북·중 거래라는 것은 중국이 북한의 체제를 유지시켜주는 것이나 다름 없고 북한은 이러한 중국의 거래가 결국 개혁·개방을 수용하게 만드는 기제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환경이 김정은에게 (개혁·개방 선택의) 기회가 온다면 개혁개방으로 갈 수밖에 없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기적으로 애도기간, 1년 정도 안에는 체제 정비를 하고 밖으로 나오는 통치방식의 변화를 보일 것”이라며 향후 1년 이후에 이러한 대외 개방 제스처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태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의 개혁·개방에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당장 개혁·개방으로 갈지는 불분명하다. 개혁개방을 위해서는 아버지 김정일을 밟고 가야 하는데 권력기반이 약한 김정은으로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당장은 사망한 김정일의 권위를 등에 업고 권력을 견고하게 다져야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원조를 받으려고 협상을 시도할 수는 있지만 전면적인 개혁개방은 힘들 것”이라면서 “(개혁·개방을) 잘못 시도했다간 존재기반 조차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고 정권의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 교수는 향후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 “5·24조치의 유연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대북정책의 기조는 대립과 갈등보다는 새로운 북한 지도부가 교류협력 또는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쪽으로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현 정부 임기가 1년 남은 가운데 최소한 5·24 조치 만큼은 유연하게 전환하고, 그러한 우리 측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에 대해 충분히 파악된 상태는 아니지만 김정일 시대보다는 남한 내부의 합의를 이루는데 훨씬 더 수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중요한 것은 대북기조를 결정함에 있어서 국민정서를 하나로 수용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