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전날 발표한 `행동조치’를 26일 실제로 이행하고 나서면서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전날 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우리 측의 `대북조치’에 대해 남북관계 전면중단을 포함한 총 8개의 `행동조치’를 발표했다.
북측은 행동조치 가운데 판문점 적십자 연락사무소 사업중단과 통신채널 차단, 남북 해운 당국 간 해사통신 차단 등을 이날 오전 10시께 우리 측에 통보해왔다.
한시간쯤 뒤에는 개성공업지구 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를 동결하고 통일부 소속 우리 측 관계자 8명을 모두 추방했다.
북한은 다만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연결하는 경의선 및 동해선 군사채널에 대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우리 측이 보낸 출입동의서를 군사채널을 통해 승인한 것이다.
그러나 남북장성급회담 북측 대표단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측 국방부가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면 “서해지구 북남관리구역에서 남측 인원, 차량에 대한 전면 차단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개성공단에 대한 압박이 한층 드세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북측의 이 같은 경고에도 대북 심리전을 예정대로 밀고 나겠다는 입장이어서 북측의 경고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개성공단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측 인력이 사실상 억류되는 `비상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대치구도가 남북이 발을 빼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측은 천안함 사태를 고리로 북측에 강력한 제재카드를 꺼낸 든 상황이고, 북측 역시 남측의 `날조극’이라고 주장하며 한치도 양보하지 않을 기세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은 천안함 공격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 응당한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다시 한번 남북관계를 훼손하는 위협적 조치를 취했다”며 “정부는 이런 북한의 위협에 대해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고, 24일 발표한 정부 조치 내용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남북은 당분간 서로 예고한 조치들을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이고, 이 과정에서 위태위태한 남북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북측이 우리 측의 대북 심리전 재개에 실력행사에 나설 경우 남북 간 우발적 충돌로 연결될 수 있다.
북측은 전날 행동조치가 1단계임을 밝혀 추가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현 상황을 “남북 간에 `쨍그랑’ 소리가 날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우려하고 있다.
장용석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남북이 현재 발을 빼기 어려운 상황이고, 우발적 충돌이 가장 우려된다”며 “우발 충돌 시 이를 계기로 남북 양측은 서로 자제하기보다 확고한 의지를 보이려 함으로써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