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통일타령’ 南 `딴청’

“6.15정상회담 정신 아래 통일해야돼”(북측), “형님 고모 한 분이 있어. 알지”(남측)

24일 제2차 이산가족 화상 상봉에서 북측의 형 리수렬(76)씨가 통일 얘기를 하자 남측 동생 이영렬(73)씨가 가족 얘기를 하며 말을 끊었다.

그러나 형은 “누님 모시고 싶고, 빨리 하자면 꼭 장군님의 뜻을 받들어 통일을, 통일 달성해야지. 혈육 끌어 안으면 통일이 아닌 거지”라고 계속 말을 이었다.

이때 동생은 물을 따라 마시고 함께 나온 누나 이점순(78)씨와 가족들은 ‘딴청’을 피웠다.

50여년 만에 만난 형제와 가족들은 세월을 뛰어 넘기가 힘든 모습이었다.

형 수렬씨는 앞 가슴에 훈장을 잔뜩 단 옷을 입고 나와서는 “통일이 돼서 다시 만나자”, “장군님의 보살핌 속에 잘살고 있다”라고 말끝마다 ‘통일’과 ‘장군님’을 들먹였다.

영렬씨는 형의 말을 듣다 말고는 준비한 사진을 내 보이며 “형 이 사람이 누군 지 알지”하며 다시 가족 얘기로 말을 돌리느라 안간힘을 썼다.

형은 상봉 내내 ‘통일’, ‘장군님’ 소리를 수십 차례 했다.

상봉이 끝나고 수렬씨가 사라진 뒤 서울의 동생과 누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상봉장을 나갔다.

하지만 서로 건강을 묻고 걱정하는 대목에서는 형제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해 혈육의 정을 느끼게 했다.

북측의 사촌과 오촌을 만난 서울의 이정형(75.여)씨도 상봉 내내 “장군님의 보살핌 속에 우리 가족들이 다 잘됐다”, “6.15 정상회담을 꿋꿋이 밀고 나가자”, “우리가 통일을 이루는 데 앞장서자”는 말을 피해가느라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화상 상봉을 지켜 본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1차 화상 상봉 때와는 달리 남측 이산 가족들은 많은 사진을 준비해 북측 가족에게 보여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든 것에 비해 북측 가족들은 ‘통일’과 ‘장군님’을 수차례 반복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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