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통미봉남’ 전술펴나

북한이 남측을 향해서는 군사적 대응조치를 운운하는 등 연일 강경한 발언을 내놓는 반면 미국과의 핵 협상에는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이 우리와의 대화는 단절한 채 미국과만 소통하는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3일 북측의 `긴장조성 행위 중단’과 `불가침 합의 준수’를 재천명한 전날 남측의 전화통지문에 대해 수용을 거부하고 “군사적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최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개성공단 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 근무하는 남측 당국자들을 사실상 추방하는 등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에 반발하며 남북관계를 경색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북한은 반면 핵프로그램 신고에 대한 미국과의 협상에 대해서는 표면적으로는 “미국이 계속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보려 우긴다”고 비난하면서도 물밑으로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북.미 간의 핵프로그램 신고협상이 타결되면 북한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는 등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상당한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지금의 구도가 지속된다면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에만 몰두하고 우리와의 대화는 계속 외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배 한국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향후 북핵문제가 진전된다 하더라도 남북관계는 상당기간 정체되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통미봉남’은 1990년대 1차 북핵위기 당시 우리가 북한과 미국과의 핵협상에서 배제된 채 엄청난 경수로 건설 비용만 떠안아야 했던 상황을 설명하는데 자주 인용된다.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라디오인터뷰에서 “우리가 (6자회담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왔는데 최근 남북관계의 일련의 상황으로 앞으로 우리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면서 “나중에 어떤 결정이 이뤄지면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다 수용해야 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폭넓은 전략을 가지고 임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핵협상이 한국이 공식 참여하는 6자회담 틀내에서 진행되고 있어 우리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북한이 우리의 태도를 문제삼으며 회담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성배 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비핵화를 위해서라도 6자 프로세스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90년대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우선 1차 핵위기 때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핵가진 자와는 대화하지 않겠다”며 북한과 협상하는 미국을 못마땅해하는 등 한.미 간의 정책조율이 매끄럽지 않았지만 지금은 긴밀한 한.미 정책 공조하에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우리의 의견이 무시되기는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물론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처럼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강경노선이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겉으로 불거질만큼 심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또한 `통미봉남’으로 북핵문제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정체될 것이라는 관측도 이명박 정부가 `비핵화에 진전이 있으면 남북경협에 적극 나서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는 이상 크게 우려할만한 사항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김영삼 정부 당시에는 남북 간에 얻을게 별로 없어 서로 대화에 적극적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남북이 모두 서로 얻을 게 있으니 북핵문제가 풀린다면 남북 간의 경색국면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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