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장경제’ 죽이고 `계획경제’ 살린다

북한은 4일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를 통해 화폐개혁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면서 이번 조치가 무엇을 정조준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2002년 `7.1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무질서한 지경까지 만연한 `시장경제적 요소’를 일거에 정리하고 동시에 본래의 계획경제적 기강을 다시 세우겠다는 뜻으로 요약된다.


즉, 경제 부문에서 국가의 권능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북한사회의 일사불란한 모습을 되찾고, 작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을 계기로 올해 초부터 급속히 진행된 후계구도 구축에도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북한 중앙은행의 조성현 책임부원이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밝힌 배경 설명에는 북한 당국의 그같은 의지가 여과없이 투영돼 있다.


그는 먼저 “지난 시기 국가가 기업소의 생산활동에 필요한 물자를 계획한 만큼 원만히 보장해주지 못해 일부 시장의 이용을 허용했다”며 “국가의 능력이 강화됨에 따라 보조적 공간의 기능을 수행하던 시장의 역할이 점차 약화될 것”이라고 말해 이번 화폐개혁의 첫번째 타깃이 `시장’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이번 조치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성실히 일하고 노동보수를 받는 근로자를 우대하는 조치”라면서 사적 경제영역에서 활동하는 상인 등에게 `반사적’ 불이익을 줄 것임을 강조했다.


또 북한 사회에 공공연히 퍼져 있는 외화 사용 풍조를 겨냥, “경제관리에서 이제까지 있던 무질서한 현상을 바로 잡는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부분도 비슷한 맥락이다.


대신 조 책임부원은 “앞으로 경제활동의 많은 몫이 시장이 아니라 계획적인 공급유통 체계에 따라 이뤄지고 이렇게 되면 계획경제 관리질서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한다”며 주민들이 시장에 의존해온 재화의 공급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이같은 호언이 현실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우선 개인의 기본적 욕구인 `먹는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북한 당국이 `시장 이용을 허용한 이후’ 다양하고 폭넓어진 주민들의 수요를 이제와서 원만히 충족시킬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만성적인 식량난에다 북한 내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자의 7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허약한 계획경제 공급체재로 만성적인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통일연구원의 박형중 선임연구원은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경제구조에서 화폐개혁은 시장기능을 억제해 주민들의 궁핍한 생활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며 “오히려 이번 화폐개혁이 장기적인 경제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의 연장선에서 북한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서라도 사경제 활동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임을출 연구교수는 “향후 북한 당국이 얼마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현 상황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결국 개인들의 상행위를 잠시 위축시킬 수는 있지만 근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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