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문화외교’ 재발견

북한이 미국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이어 세계적 기타리스트인 에릭 클랩튼의 평양공연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북한의 ‘문화외교’ 드라이브가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해 4월 평양에서 열린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그래미상 수상 경력의 미국의 인기 가스펠 그룹 ‘캐스팅 크라운즈(the Casting Crowns)’를 초청하거나 서커스단이 해외공연을 하는 등 종래에도 소극적이나마 문화외교를 해왔다.

그러나 뉴욕필의 평양초청 공연에서 비롯된 최근의 북한의 ‘싱 송(sing-song)외교(미.중간 핑퐁외교를 빗댄 워싱턴 포스트의 조어)’는 이러한 수준을 벗어나 핵폭발 시험으로 자신들에게 쏠렸던 세계의 시선을 다른 차원에서 계속 붙들어맬 수 있는 대형행사로 기획되고 있다.

영국 런던주재 북한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클랩튼의 내년초 평양 공연 추진 사실을 확인하면서 “나라간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전시회, 음악회와 같은 ‘문화외교’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가을 예정된 북한의 조선국립교향악단의 영국 공연에 대해 “고립된 나라, 가난한 나라로만 알려진 우리를 제대로 보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해 북한이 최근 의욕적으로 대형 문화외교에 나서는 배경을 설명했다.

뉴욕필 초청이 미국을 겨냥한 문화외교라면, 클랩튼 초청공연은 유럽을 겨냥하는 구도인 것도 흥미롭다.

그러나 북한이 록음악이나 팝음악을 꺼리는 상황에서 많은 유명 음악가들가운데 굳이 클랩튼을 또 하나의 문화외교의 소재로 선택한 데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남 정철(27)의 ‘음악적 취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철은 클랩튼을 본 떠 보천보전자악단 멤버로 이뤄진 ‘새별조’라는 록밴드를 결성, 김 위원장 앞에서 직접 솔로 기타를 치면서 공연할 정도의 열성팬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6년 6월엔 클랩튼의 독일 순회공연을 모두 따라다니며 감상하는 모습이 일본 후지TV에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국가정보원은 “정철은 작년(2005년)에도 클랩튼의 유럽순회 공연을 보기 위해 독일을 방문한 적이 있다”며 “정철은 클랩튼의 모습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콘서트를 보기 위해 영국 등 외국을 자주 찾는 등 열렬한 팬”이라고 밝혔다.

정철의 음악 사랑은 “나의 첫 사랑은 음악이다”, “노래없는 인간생활은 향기없는 꽃과 같다”라며 ‘음악정치’라는 말까지 만들어낸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음악을 연구하는 이현주 아시아대 교수는 27일 “김 위원장의 음악적 조예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그는 직접 어은금을 포함한 악기 개량을 주도하고 오케스트라 반주에서 반음 정도의 차이도 구별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김 위원장과 함께 정철도 음악적인 이해가 깊다고 여겨진다”고 말했으나, “서방의 뮤지션들이 방북 공연을 추진하다 좌절된 경험이 여러 차례 있기때문에 클랩튼의 록 공연이 평양에서 성사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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