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담화발표’ 이후 6자회담 어떻게 되나

“북한의 의중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 만큼 마지막 지혜찾기에 주력해볼 생각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27일 북한 외무성이 전날 오후 발표한 담화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면서 일단 ‘새로운 내용’이 있다는데 주목했다. 담화에서 북한이 “9.19 공동성명이 이행되면 우리가 얻을 것이 더 많으므로 (우리가) 6자회담을 더 하고 싶다”고 밝힌 대목이다.

과거에도 유사한 담화가 있었으나 이번의 경우 매우 구체적으로 북한의 속내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한 당국자는 “북한이 ‘6자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더욱 극적으로 말한 것같다.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은 이 내용을 말하기에 앞서 “부시 행정부가 금융제재 확대를 통한 압력도수를 높이는 조건에서 필요한 대응조치를 다 강구해 나갈 것”이라는 으름장도 함께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담화의 내용이 `위협’보다는 `마지막 호소’에 가깝다는게 정부 당국자들의 판단인 듯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핵 외교라인을 총가동해 꺼져가는 6자회담의 모멘텀을 살리는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주 일본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의 방한을 계기로 한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가졌고 송민순(宋旻淳)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도 중국을 찾아 중국 고위층과 의견을 교환한 상태다.

여기에 다음달 초순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동북아 순방의 일환으로 한국을 찾게된다. 정부는 이 기회를 이용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관련국들이 `보다 유연한 자세’로 노력해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을 강조할 방침이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5일 외신기자와의 간담회에서 “정부는 북한이 현실을 직시하고 국제사회의 메시지를 받아들여 추가적으로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6자회담에 조속히 돌아오길 촉구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특히 다음달 14일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간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돼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북한이 적극적으로 `6자회담에 복귀하고 싶다’는 의중을 드러낸 상황에서 북한의 직접 상대인 미국으로부터 `모종의 유연함’이 나올 경우 극적인 상황 반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 대통령이 중국과도 정상회동을 추진하는 등 6자회담 관련국 수뇌부와의 의견교환 기회가 잦아진다는 점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한국의 ‘건설적인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태도변화’ 가능성에 정부 당국자들은 고개를 젓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이 6자회담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 금융제재 문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더 공고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 동결 등 대북 금융제재를 실무적으로 지휘하고 있는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차관은 지난 21일 “북한 자금 중 불법적인 것과 합법적인 것 간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다”면서 “미국은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북한 관련 계좌를 수취하는데 따른 위험성을 주의깊게 평가하도록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더욱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시 대통령도 최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 사실을 공개하면서 “우리 돈을 위조하는 것을 알았을 땐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이는 “모든 대통령의 의무”라고 강조한데서 보듯 미국의 금융제재에 대한 의지는 콘크리트 벽처럼 단단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은 금융제재 등 6자회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을 북한 문제에 적용하려는 듯 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의중이 대화 보다는 대결 쪽에 가까워 보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북한이 ‘전제조건’을 달지 말고 조건없이 회담장에 복귀해야 하는데 `자존심 강한’ 북한이 그렇게 나올 가능성이 현재로선 별로 없어 보인다.

이 관계자는 “한국이나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아무리 지혜찾기에 나서더라도 직접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북한과 미국의 변화 없이는 돌파구 마련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감행한다면 더이상 6자회담의 생명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면서 “추가적인 상황악화를 막으면서 한중 양국이 ‘힘든 중재’ 노력을 하면서 극적인 상황반전을 기대하는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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