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테러임무 간첩’ 발표로 적대감 표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보위부)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 정보기관의 대북 `간첩 활동’ 적발 사례를 나열하며 남한 정부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점점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남북 관계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보위부는 제3국으로 불법월경한 과정에서 남측 정보기관 요원으로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정 파악과 김 위원장에 대한 테러임무를 받고 활동하던 북한 주민과 핵관련 정보수집을 위해 군수공업 지역에서 흙과 물 등 환경시료를 채집하던 주민을 체포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남측 정보기관의 대북 `간첩활동’ 사례를 열거했다.

북한은 과거 조작된 내용의 대남 비난을 자주 해왔다는 점에서 보위부의 이같은 주장의 진위는 사실상 확인이 어렵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보위부가 전면에 나서 남측 정보기관의 대북 첩보활동을 직접 비난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 보위부는 지난해 9월에도 외부의 대북 정탐활동 적발 사례를 공개하고 비난한 적이 한 차례 있으나 특정 국가를 지칭하지 않은 채 “외국 정보기관의 정보요원”이라고만 표현한 반면 이번에는 남한 정보기관을 지목하고 나섬으로써 적대적 태도를 분명히 했다.

적대적 태도는 특히 북한 보위부가 남한 정보기관의 대북 ‘간첩활동’의 하나로 자신들이 신성시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시찰 동선 파악과 테러 임무를 든 데서 그 진위와 관계없이 더욱 분명해 진다.

폐쇄사회인 북한은 작은 경제통계 하나도 공개하기를 꺼리는 데다 주민에 대한 단속 통제도 심해 대북 정보 수집의 상당부분을 휴민트(HUMINT.인적정보)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며, 실제 지난 10년동안에도 “북한에서 남조선 간첩이라며 적발한 사례는 있었다”고 대북소식통들은 전했다.

북한 보위부의 이날 발표는 북한이 대남 압박에 군을 포함해 모든 기관과 수단을 동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 제기 이후 남한 정부 안팎에서 제기된 대북 휴민트 강화론, 급변사태 대비론 등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담화에서 북한 보위부는 “남조선의 모든 정탐모략 기관들이 공화국을 반대하는 총포성없는 전쟁에 총동원되고 있다”면서 경계심을 드러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이후 남한 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한반도에 이해관계를 가진 나라들에서 휴민트를 통한 대북 정보수집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북한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경고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남북관계가 좋았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와 비교해 “갈 데까지 간” 현 남북관계를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지난 8월 남한에서 `위장 탈북 직파 여간첩’ 원정화 사건이 크게 발표되고 그 4개월만에 북한에서 `김정일 테러임무 간첩’ 사건 발표로 응수한 것은 남북간 그동안 불안정하게나마 쌓였던 신뢰의 붕괴를 상징하는 것이다.

북한 보위부의 이날 발표는 또 지속적인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사회 이완 현상이 가중되는 형국에서 주민들에 대한 통제와 단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최근 들어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와 북핵 문제 등으로 대내외 정세가 불안정한 것을 의식한 듯 언론매체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과의 “혁명적 동지관계”를 “배신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통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등 ‘보수화’ ‘반동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 당국은 또 김 위원장의 와병과 사생활을 다룬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와 북한 주민을 겨냥한 대북 라디오방송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들 매체에 주민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단속.통제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불법 월경자가 늘어나고 돈을 받고 정보를 파는 북한 주민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남북의 대립 속에서 북한 당국의 통제 노력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한편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인해 대북 인적 정보 수집이 지난 10년간에 비해 어려워지면서 실제로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남한 정보기관들의 휴민트 활동이 강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10년간 남북 민간은 물론 당국간 교류가 활발할 때는 남한에 대한 북한의 경계심도 많이 누그러져 있어 남한을 오가는 북한 사람이나 방북한 남한 사람들을 통해 비교적 정보를 얻기가 수월했지만, 최근에는 남북관계의 단절로 이같은 정보수집이 사실상 차단됐기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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