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축회담’ 주장…6자회담 걸림돌

북한이 돌연 6자회담을 군축회담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아 향후 6자회담 개최 논의의 새로운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특히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거듭 기정사실화하고 미국과 ‘핵 군축’을 협의하자는 의지를 비쳐 향후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의도 파악에 주력하는 한편 이로 인한 상황악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북, 이 시점에 왜 군축회담 주장할까 = 정부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 형태로 이 주장이 나온 것을 눈여겨 보고 있다.

북한의 대외적 발표는 그 무게로 볼 때 외무성 성명이 가장 ‘세다’고 봐야 하며, 그 다음으로 외무성 담화, 외무성 대변인 성명, 외무성 대변인 담화 순이며, 그 외에도 외무성 대변인의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질문에 대한 답변 등의 ‘약한’ 형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의중 파악이 제대로 안된 상태”라면서 “우방인 중국까지 나서 6자회담 복귀를 주장하고 있어 더 이상 복귀 거부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테마’를 바꾸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행동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이 됐으며 평등한 자세에서 문제를 푸는 군축회담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북한은 상대인 미국이 이러한 주장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따라서 회담 복귀 지연의 책임을 면하려는 ‘명분쌓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포괄적인 일괄타결을 위한 북한의 승부수라는 해석도 있다.

선(先) 핵포기를 하면 집단안전보장을 주겠다는 ‘주고받기’ 식의 논의로는 핵문제 해결의 지연이 불가피한 만큼, 과거 클린턴 행정부 당시의 ‘페리 프로세스’와 유사한 방식으로 군축회담을 통해 ‘단번’에 해결하자는 것이라는 얘기다.

‘페리 프로세스’는 미측이 1999년 10월 북한에 제시한 것으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미국의 우려사항을 해결하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단계적, 상호주의적으로 경제제재를 완화하고 국교 정상화 등의 정치.경제관계 정상화로 나간다”는 게 핵심이다.

북한의 주장도 이에 가깝다.

담화에서 북한은 “6자회담은 주고받는 식의 문제해결 방식을 논하는 장마당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공정하게 실현하기 위한 포괄적 방도를 논하는 장소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주변국 반응 주목 = 미 행정부는 그간 북한의 핵무기 보유 주장이 ‘허풍’이 섞여 있다며 큰 신뢰를 보이지 않아왔다는 점에서 일단 무시할 가능성이 높다.

미 행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하더라도 그 수는 1∼2개이며, 정밀도도 저급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미 행정부는 북한의 이번 주장도 일종의 ‘판키우키’에 이은 ‘몸값 올리기’로 판단하게 될 개연성이 많아 보인다.

미 행정부는 지난 2월 10일 북한 외무성의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무기한 중단’ 선언에 대해서도 가능한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면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압박하기 위해 중국의 역할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해왔다.

따라서 미 행정부는 북한의 군축회담 주장에도 불구, 이를 애써 무시하면서 중국을 통한 6자회담 재개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국’ 주장과 관련해서는 미 행정부와 입장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군축회담 주장을 ‘심각하게’ 다루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핵문제와 관련해 한.미.일 3국 공조에 참여해 온 일본도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중국의 반응이다.

6자회담 틀 내에서 사실상 북한의 우방 역할을 해오고 있는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군축회담 주장의 향배를 정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군축회담을 주장한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며 “중국의 입장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북한은 낮은 강도로 ‘애드벌룬 띄우기’ 식으로 군축회담을 제안했다고 볼 수도 있으며 이는 언제든 철회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 6자회담 어디로 가나=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북한의 군축회담 주장을 접한 정부 당국자의 말이다.

한.미.일.중.러 등 5개국은 10여일 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한.중.일 3국 방문시 ‘북한은 주권국가’ ‘북한이 끝내 거부하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라며 상반된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 직후 박봉주 북한 내각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그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됐다는 점에서 그동안 북한의 반응을 기다려왔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군축회담 주장을 5개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대응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그러나 일단 북한이 6자회담 복귀와는 성격이 다른 군축회담 주장을 하고 나선 만큼 6자회담 지연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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