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국회에서 통과된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 법안(이하 과거사법)’에 대한 북한의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남북이 차관급 회의에서 평양 6ㆍ15 공동행사에 남측이 정부 대표단을 파견하고 내달 21∼24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한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평양방송은 20일 ‘북남대결을 고취시키는 행위’라는 제목의 기자 대담 프로그램에서 “과거사법이 그 무슨 정통성을 운운하면서 그것을 부정하거나 적대하는 세력을 조사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자주와 민주, 통일을 위한 남조선 인민들의 의로운 투쟁을 모독하고 북남대결을 고취시키는 또 하나의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과거사법은 과거청산과 개혁을 위한 본래 취지와도 배치되고 또 사상, 이념, 제도를 초월해 우리민족끼리 손잡고 나가는 6ㆍ15 시대 정신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반제민주전선(옛 구국전선) 대변인도 지난 18일 발표한 담화에서 “열린우리당이 개혁 반대세력인 한나라당과의 밀실야합으로 조작해 낸 정치적 흥정물”이라며 과거사법을 강하게 성토했다.
지난 13일 노동신문은 ‘민심을 우롱하는 반역행위’라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평을 통해 과거사법을 강력히 비난했었다.
북한이 과거사법에 대해 반발하는 이유는 이 법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을 조사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한 조항 때문이다. 북한은 이 조항이 오히려 과거 친북용공으로 탄압을 받았던 민주인사들을 재조사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제민전이 담화에서 “우익 보수세력은 친북을 범죄시하고 북남대결을 고취하는 수단으로 과거사법을 악용할 수 있게 된 반면 진보세력들이 용공으로 몰리고 우롱당할 수 있는 법적 기틀이 마련됐다”고 지적한 것도 이같은 북한의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북한은 특히 한나라당과 과거사법 통과에 합의한 열린우리당에 대해 ‘정치매춘부’라는 원색적인 용어까지 사용하며 극도의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비난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평양방송은 “과거사법은 전적으로 자신들의 추악한 과거를 감추고 과거 청산의 칼을 피해보려는 한나라당의 악랄한 책동의 결과”라고 규정하고 “한나라당과 같은 수구보수 세력이 다시 집권하게 되면 남조선은 암흑시대로 돌아가고 북남관계도 대결상태로 넘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