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수로발전소 건설 요구’ 근거는?

북한이 사업 존속 자체가 위기에 놓인 경수로 발전소 건설을 지속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 이 문제가 또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경수로 건설 사업은 2002년 말 핵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2003년 말부터 공사를 일시 중단한 상태이고, 정부가 200만㎾ 전력을 북한에 지원하는 대신 경수로사업을 중단할 것을 밝힘에 따라 폐기될 위기에 놓여 있다.

라오스를 방문한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은 지난달 30일 “북측이 경수로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강한 입장을 우리 대표단에게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북측은 또 중국 베이징 6자회담에서도 미국의 평화적 핵 활동을 포함한 모든 핵 프로그램 폐기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성적인 전력난을 겪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경수로 발전소에 대한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기는 경제의 생명선”이라는 말에서 나타나듯 북한은 경제의 어려움이 전력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경수로 건설의 지속을 요구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에 따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기본합의문은 북한 핵시설과 관련시설을 동결하는 대신 경수로를 건설해 주기로 했다.

북.미 기본합의문이 2002년 핵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사실상 그 효력을 잃었다고 하지만 기본합의문 파기 책임이 미국에 있으므로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다. 경수로 건설 지속 요구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물론 미국도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계획을 추진했다며 북한의 파기 책임을 제기하고 있다.

북측 입장은 2003년까지 경수로를 제공키로 돼 있으나 합의문 체결 10년이 지나도록 기초를 닦은 데 불과하고 경수로 완공시까지 제공키로 된 중유 공급도 중단했으며 정치.경제관계를 정상화로 나가기로 돼 있지만 미국은 적대정책과 경제봉쇄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핵무기 사용.위협을 하지 않기로 돼 있음에도 북한을 핵 선제공격 대상으로 지목한 것도 지적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미국이 1994년 10월 기본합의문 체결 이후 꾸준히 합의문을 어겨왔다는 것이다.

북한은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기본합의문이 체결될 당시 북한에 보낸 서한을 주요 근거로 제시할 수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서한에서 “경수로 지원사업이 북한이 감당할 수 없는 이유로 완료되지 않을 경우 본인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 미국이 그같은 사업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합의내용을 준수하는 한 이같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영변 50㎿ 원자로와 태천 200㎿ 원자로 공사를 재개했다고 밝힌 가운데 북한은 이를 압박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영변 50㎿ 원자로와 태천 200㎿ 원자로 건설 공사가 마무리돼 가동에 들어가면 매년 55㎏과 210㎏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북한이 현재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자로는 흑연감속로 방식으로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추출이 경수로형 원자력발전보다 훨씬 용이하다. 이 때문에 제네바 합의 당시 미측은 북측의 핵관련 시설 동결 대신 경수로형 원자력발전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던 것.

북한 백남순 외무상은 29일 라오스에서 열린 제12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기조연설에서 핵문제가 해결될 경우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도 받겠다고 공언했다.

북한의 경수로 건설 요구 근거는 △미측에 제네바 합의 불이행의 책임이 있고 △평화적 핵 이용에 대한 권리와 의무도 모두 감수할 것이라는 데 있다.

여기다 북측이 플루토늄 추출이 용이한 원자력발전소를 보유하고 있고 또 건설 중이라는 점은 북측의 경수로 건설 요구를 마냥 도외시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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