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李당선인 탐색전 1라운드…접점 확대폭 주목

북한이 한나라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이명박(李明博) 당선인과 향후 남북관계 추진방향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양측이 새해 맞이를 계기로 탐색전 1라운드를 벌인 결과를 보면 일단 의도적인 충돌은 피한다는 입장만은 분명해 보여 앞으로 접점을 어떻게, 얼마나 확대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그동안 보수적 대북정책을 이유로 노골적으로 내놓았던 ‘반한나라당’, ‘반보수 대연합 구축’ 등의 언사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은 남북경협을 “숭고한 애국사업”으로 규정하고 “북남경제협력을 공리공영,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다방면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며 “민족을 사랑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해 특색있는 기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도 ‘실용주의’를 내걸고 있는 이 당선인에 대해 나름대로 기대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은 이미 대선 과정에서 이 당선인에 대한 비난을 중도에 그만 뒀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선 이 당선인을 강하게 비난했으나,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출마선언을 한 이후엔 이 당선인에 대한 비난을 일절 중단하고, 이 당선인의 ‘대북정책의 정체성’을 문제삼은 이회창 후보만 집중 비난했을 뿐이다.

남한의 대선과 관련, 대선 후를 의식한 북한의 선택이 드러났던 대목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신년 공동사설에서 “다양한 협력사업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의 집권에도 불구하고 이미 합의한 경제협력 사업들을 지속하고자 하는 의향을 반영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이 당선인측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북한의 공동사설에 대한 보도자료에서 “북한이 이 당선인의 대통령 당선을 공식 인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공동사설이 발표된 1일 오후 TV방송 대담에 나선 이명박 당선인도 대북 대립보다는 대화를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SBS 대담에선 “지금 제가 (당선)돼서 갑자기 북한에 대해 냉전이 되는 것은 아니고 더 평화적으로, 더 화해적으로 나가는 것은 틀림없다”며 “단지 강력한 설득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고, KBS 대담에서도 “저도 북한에 대해선 무슨 강력한 어떤 정책을 쓰겠다고 하는 생각은 없고”라고 말했다.

SBS와 대담에서 그는 남북정상회담 문제에 대해 “이미 두 정권에서 두번이나 만나지 않았나. 이 정도 되면 흉금을 털어놔야 한다”면서 “진정한 대화가 된다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보다 더 신뢰를 갖고 대화해야 한다”고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 당선인은 북한의 핵신고가 연말 시한을 넘긴 것에 대해 KBS 대담에서 “시한을 넘겼다는 문제도 문제가 있다고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성실한 신고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대담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 당선인이 북한 정권의 “안정적인 유지”라거나 북한의 체제유지 불안감을 “대한민국이 앞장서…안심시키고” 등 북한의 체제유지 불안감을 적극 진정시키려 한 점.

이 당선인은 KBS 대담에선 “북한이 날짜를 어겼지만 성실한 신고를 통해 남북간에도 신뢰를 만들고 6자(회담) 회원국들에게 신뢰를 받게 되면 저는 핵을 폐기한 이후에 북한이 오히려 안정적인 정권을 유지하면서도 북한 주민의 생활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SBS 대담에서도 “혹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되면 체제유지도 어려워지고 그런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면, 대한민국이 앞장서고 6자회담에서 같이 안심을 시키고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되지 않겠나 생각하고”라고 이 당선인은 말했다.

이 당선인은 2006년 3월 서울시장으로서 미국을 방문해 가진 특파원간담회에서도 북한의 개방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어떤 나라도 북한 정권을 엎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지는 않는다고 본다”며 “연착륙을 전제하고 해야 한다”고 북한 체제 연착륙 입장을 폈었다.

당시 이 당선인은 남북공조와 한미동맹 논란에 대해서도, “남북공조에 반대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남북)공조보다 한미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사람은 극우보수에도 없다”고 말하고 “우리(한나라당)는 동맹만 하고, 이 (노무현) 정부는 공조만 한다 식으로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문제다. 각 이슈마다 전문적으로 다뤄야지, 공조냐 동맹이냐 식은 아이들에게 아빠가 좋으냐, 엄마가 좋으냐 묻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핵이나 위폐문제는 남북공조와 별개다”고 전제함으로써 핵불용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에 (한국이) 반대하는 것은 우리가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대북 군사해법에 반대하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이 당선인은 당시 브루킹스연구소 초청연설에서도 북핵문제에 관한 한미간 기본 이견의 하나로 군사해법 논란을 들고 “내 생각에 미국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최대범위의 선택안을 추구할 태세가 돼 있지만, 한국은 평화적 수단을 통해서만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내가 시장으로 있는 서울만 해도 1천만명 이상의 인구가 휴전선에서 30마일 내에 있는 등 비무장지대 인근에 인구밀집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선 당선 후 이 당선인의 동선은 경제에 집중된 채 북한 핵문제나 남북관계에 대해선 거의 언급이 없으며 인수위의 8대 어젠다에도 핵과 북한문제는 들어있지 않아 이들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정형근 최고위원은 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회의에서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과 관련, “(북한이) 새 정부 대북정책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며 “북한이 충실한 핵신고를 해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적극적 대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측의 ‘북한문제 후순위’ 시각에 대해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새 정부는 이미 북한과 물밑 접촉을 하면서 (대북)라인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부인했다. 그는 그러나 더 이상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대선 때 이명박 당선인의 선거대책본부 조직본부장을 맡았던 정병국 의원이 지난해 8월말 베이징에서 문화재 교류사업 논의를 명분으로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 소속 인물들과 접촉했으며, 올해 초 평양에서 관련 행사를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보소식통은 “북한이 대선 과정에서 노동당 대외연락부를 가동, 베이징에서 이명박 후보측 인사들을 비밀리에 수차례 만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새 정부는 남북공존보다는 대한민국의 생존을 우선시 하지만 대북정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해도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이명박 정부는 대북 포용정책의 기조를 계승하면서도 운영에 있어 보다 탄력적인 상호주의를 쓰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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