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해 평야지역의 강에 바닷물이 유입돼 올 농사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뭄으로 강물의 수위가 낮아져 바닷물이 유입돼 농사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전 지역을 휩쓰는 왕가물(극심한 가뭄)로 벼와 옥수수, 감자 등 주요 농작물들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특히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와 평안남도를 비롯한 서해 전반지역의 수위가 낮아진 강줄기에 바닷물이 대량 유입돼 밭관수용(농업용수)으로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바다로 흘러가야 할 강물의 높이가 이전보다 3~4m이상 낮아져 전반적인 강바닥이 드러나거나 바닥이 메말라 터졌다”면서 “이 때문에 만조시에는 바닷물이 강줄기를 따라 수 킬로미터씩 거꾸로 흘러들어 강물은 그야말로 소금물이 돼 버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염도가 높은 물을 논밭에 대면 벼 뿌리 활성이 낮아져 벼 가지치기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결국 죽정이가 되고 만다”면서 “모내기가 한창인 때에 염도 높은 바닷물이 흘러들어 농장원들과 농촌동원자들은 어쩔 수없이 팔짱을 끼고 비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소식통은 “황해도와 평안도 지역의 강에 갑문이 건설돼 있으면 바닷물 유입을 막을 수 있지만 현재 북한 지역에 갑문이 있는 곳이 별로 없다”면서 “당국은 가물 피해를 막기 위해 전민과 전군을 동원하고 있지만 가물 피해를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나라가 돈을 투자해 갑문을 건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뭄 피해 관련 소식통은 “평양시를 비롯한 서해 전반지역 기온이 초봄부터 급격히 상승해 최근에는 연일 30도를 웃돌고 있다”면서 “고온으로 현재 모내기 등 농촌지원 사업이 지연되고 동원된 주민들조차 야외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모내기를 끝낸 논밭들은 미처 물갈이를 못했거나 물을 대지 못해 벌써 갈라터지기 시작했고 옥수수와 감자, 채소 등 농작물은 시들거나 말라 버린 지 오래다”면서 “작년도 가물피해가 너무 심해 온 나라가 동원되어 물동이를 이고지고 다녔지만 올해는 그보다 2배나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평안북도 다른 소식통도 “최근 신문과 방송에서는 전반적인 모내기를 80%이상 완료했다고 선전했지만 우리 도는 아직 모내기를 절반도 못했다”면서 “주요농장을 제외한 일반농장들에서는 물이 없어 ‘꼬장 모’(나무로 구멍을 뚫고 심는 볏모)를 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하늘이 내린 엄벌이다’며 농업에 대한 국가적 투자는 없이 애꿎은 주민들에게 떠맡기는 당국의 ‘억지농사’ 정책을 비판한다”면서 “특히 농민들은 ‘간부들은 배가 부르니까 (농사에)관심도 없다’며 양어장, 물놀이장 건설현장만 맴도는 지도자(김정은)를 우회적으로 비난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