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화폐 ‘정일봉’ 등장…김일성 그림자 벗기 시도”






▲북한이 화폐개혁을 단행하며 발행된 새 화폐들 ⓒ연합
북한이 이번 화폐 개혁 조치에 따라 새롭게 발행한 고액권 화폐에 김정일을 상징하는 그림을 넣은 것은 3대 권력 세습을 위해 ‘혁명 2세대’인 김정일의 정통성을 확립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루디거 프랭크 교수는 14일 미국 싱크탱크 노틸러스 연구소 홈페이지에 기고한 “북한 신(新)화폐, 권력 변화를 상징하나’라는 글에서 “화폐개혁은 경제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막고 신 중산층을 파괴하기 위한 정치적 조치지만, 더불어 북한 정치체제에서 주목할만한 패러다임의 변화도 상징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랭크 교수는 “상징은 북한 당국의 오래된 선전 방식의 하나”라며 “외국인들은 종종 김일성, 김정일과 연관된 꽃들이라는 사실도 모른 체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또한 백두산 천지가 상징하는 것은 반일 게릴라 활동에 대한 역사적 자부심이고, 거친 파도의 부서짐은 외세의 압력에 대항하는 조선 민족의 불굴의 의지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새롭게 발행된 3개의 북한 고액권 지폐 도안에도 당국이 선전하고자 하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프랭크 교수에 따르면 최고액권인 5천원 권에는 과거처럼 김일성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지만, 구 지폐에서는 김일성의 모습이 검은색 머리의 50대로 묘사됐던데 비해, 신권에서는 희끗해진 머리카락을 가진 보다 나이 든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또한 “2천원권 지폐에 북한 화폐에 처음으로 혁명 2세대인 김정일을 상징하는 그림만을 등장시켰다는 점이 가장 주목할 만 하다”고 프랭크 교수는 말했다.


2천원권 지폐 앞에는 김정일이 태어났다고 선전하는 ‘백두산 밀영의 고향집’과 ‘정일봉’이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백두산 전경이 담겨있다.


그는 이에 대해 “김정일의 사진을 넣지는 안되, 김정일과 상징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들을 지폐에 담는 세련된 방식으로 2세대를 부각시키는 메시지를 부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천원권 구권 지폐에는 구권 5천원과 같이 김일성 초상화와 ‘만경대 고향집’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신권에는 김정일을 낳은 김정숙이 태어난 ‘고향 회령집’과 항일 빨치산을 상징하는 삼지연 못가를 각각 앞, 뒤면에 담기도 했다.


프랭크 교수는 “북한의 최고액권 3개는 이른바 ‘백두산의 세 영웅을 나타내고 혁명 가족을 상징화 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불멸의 지도자’ 김일성이 더 이상 ‘유일’ 지도자가 아니라 ‘첫번째로 통치한 1세대 지도자’로 그려지고 있고, 김정일이 현재 북한을 통치하는 ‘제2세대 지도자’로 상징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1세대, 2세대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3세대가 나올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이번 신권 발행이 북한의 후계구도와도 연관 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정일을 새 화폐 도안에 집어넣고 상징화시키는 작업들은 김정일을 김일성의 ‘그림자’로부터 서서히 벗어나게 하고 독자적인 권위를 부여함으로써 차세대 권력 이양의 정통성을 공고히 하기 위한 이데올리기적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김정일은 위험요소도 있지만 김일성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며 “이는 그의 아들 김정은이나 집단에게 효과적으로 권력을 이양하기 위해 그 자신의 독립적인 정통성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김정일은 북한에서 어떤 도전도 상상할 수 없는 ‘불멸의 지도자’ 김일성으로부터 권력을 이양받았기 때문에 그동안 북한 내에서 권력에 도전을 받지 않았으며, 김정일 또한 그의 정통성은 김일성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항상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력승계의 문제가 부상하고 김정일의 건강 문제가 촉발되면서 이러한 전략은 딜레마에 봉착하게 됐다”며 “김정일 스스로 독자적인 권위를 갖고 있을 때만이 차세대로의 권력 이양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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