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화폐개혁 실패, 김정은 후계에 악영향”

북한이 5차 화폐개혁을 단행 한 지 1년이 지났다. 북한은 구화폐와 신화폐의 교환비율을 ‘100대1’로 정하고, 시장 폐쇄·외화사용금지·가격 통제 등의 조치를 동시에 단행했다.


1992년 4차 화폐개혁 이후 17년만에 이뤄진 지난해 11.30 화폐개혁은  주민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시장경제요소’를 척결함과 동시에 비공식 부문의 돈을 국가가 회수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시도였다. 특히 지난 1년간 북한의 행보를 복기해보면 김정은의 공식 등장 전에 내부 경제체제를 국가주도형으로 복원함과 동시에 이를 기반으로 3대후계 작업에 필요한 내부민심 확보가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면서 화폐개혁의 후과는 김정은 후계작업에 최대 난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북한의 구화폐 대비 신화폐 단위를 1/100으로 줄였지만, 화폐개혁 직후 44원(kg)으로 시작된 시장 쌀 거래 가격은 3월 한때 1500원까지 폭등하기도 했다.(함경북도 회령)  


북한은 화폐개혁 초반 ‘종합시장’을 폐쇄하고 대신 열흘마다 열리는 ‘농민시장’만 허용한다고 밝혔고, 국방위원회는 자본주의, 비사회주의 현상들을 소탕하기 위한 ’50일 전투’를 진행할 것을 명령하는 등 화폐개혁을 통한 반 시장요소 척결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북한 당국의 이같은 의도는 화폐개혁 직후 북한 중앙은행 조성현 책임부원이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밝힌 대목에서도 알 수 있다.


조 책임부원은 “지난 시기 국가가 기업소의 생산활동에 필요한 물자를 계획한 만큼 원만히 보장해주지 못해 일부 시장의 이용을 허용했다”며 “국가의 능력이 강화됨에 따라 보조적 공간의 기능을 수행하던 시장의 역할이 점차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밝힌 일부 시장 허용은 북한이 2002년 단행한 ‘7.1경제관리개선 조치’로 가격 및 생활비 현실화, 독립채산제 도입, 분조관리제 중심의 협동농장 운영을 골자로 하고 있다.


북한은 또 화폐교환을 최초 가구당 10만원까지만 허용하고 나머지는 저축토록 조치해 일시적으로 지하경제에 있던 재정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지만, 이 역시 물가폭등과 시장주체들의 재정축소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은 가중됐다.


북한은 또 외화 사용 금지를 취했는데, 이는 그동안 장사를 통해 상당한 돈을 갖게 된 도매상, 중간상인들의 지하경제 자금을 무용지물로 만들겠다는 의도였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화폐개혁 발표 두 달 만인 2월1일 북한 당국은 전국적으로 시장 통제를 풀고, 모든 물품에 대한 거래를 허용해 사실상 반(反) 시장 정책의 포기를 선언하고 말았다. 물가폭등에 따른 주민들의 노골적인 불만표현과 이에 따른 사회갈등 야기 등 화폐개혁의 후과가 점차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사회적 혼란에 대한 책임을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 총살 및 관련자 숙청으로 덮으려 했지만, 주민들의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 등 그 역풍이 만만치 않았다.


임을출 경남대 북한개발국제협력센터장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당시 북한은 후계체제 구축, 2012년 강성대국 등에 쓰여야 할 재정수요는 많았지만 2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국면과 남북관계 악화 등에 따른 재정수입이 악화된 상황이었다”면서 북한의 화폐개혁 단행 배경을 ‘재정확보’ 차원으로 해석했다.


임 센터장은 “북한은 국내저축을 통해 재정수입 증대효과를 받지만, 화폐가치가 떨어지니 실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북한 돈을 가진 주민들의 돈은 강제수단을 통해 빼앗았지만 실제 시장 주체들이 가진 상당규모의 외환은 강제할 수 없어 재정수입 증대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익명의 대북 전문가 역시 북한의 화폐개혁 목적에 대해 재정능력 확충을 통한 정권기관 재정비와 정상화를 위한 노림수였다고 평가했다.


이 전문가는 “정권기관 외의 경제 주체의 힘을 일거에 약화시키려 했던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5년 시장전매제 등 반시장정책으로 돌아선 이후 자원과 물자를 공식기구에 집중시키면서 새로운 사회·경제 주체가 등장하는 것을 억제하려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 정권에 유리하게 경제집단을 재편성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이 전문가는 “북한 정권입장에서는 중간상인 이상의 거래자에게 타격을 줌으로써 정권에 유리한 권력재편의 효과를 노렸지만 결과는 생존형 상인들만 어렵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화폐개혁의 후과가 아직까지 재정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고(高)물가 현상은 이제 만성적인 일이 되고 말았다. 11월 현재 평양의 쌀가격은 900원 전후인데 반해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은 1,500원 전후에 머무르고 있다. 이마저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북한 내부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연평도 공격 배경에 대해서도 화폐개혁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화폐개혁 실패로 인해 주민경제가 극도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등장한 김정은에 대해 주민들이 좋은 생각을 가질리 만무하다”면서 “후계작업을 내부통치의 1순위 목표로 두고 있는 김정일이 북한내부 통합을 위해 남북간 군사적 긴장감 조성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김정일 후계 당시 김정일에 반대하는 북한주민들이 거의 없었지만, 김정은의 경우 대부분의 주민들이 못마땅해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북한이 김정은에 대한 내부 지지를 구축해 나가는데 있어서, 화폐개혁 실패로 인한 내부경제 혼란상황은 두고두고 북한을 뼈아프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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