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화폐개혁, 국가주도 ‘우리식 개발’ 재천명

이번의 화폐교환 조치는 베트남의 1985년 조치와 비교되기도 하고 일정한 유사성이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베트남과 같은 길을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 북한은 베트남과 다른 길을 가기 위해서 이번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러면 북한은 어떤 길을 가려는 것일까?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김정일 위원장(이하 호칭 생략)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김정일의 사상을 파악하는데 가장 좋은 텍스트는 지난해 9월 5일 발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불패의 위력을 지닌 주체의 사회주의국가이다>라는 논문이다. 제목이 말하듯이 김정일은 이글에서 우리식(주체의) 사회주의 고수 입장을 재천명하였다.


김정일이 고수하려고 하는 우리식 사회주의란 이런 것이다. 첫째는 주체 혁명위업의 계승, 즉 가족국가 체제의 유지이다. 둘째는 군사력을 제일 중시하는 선군정치노선을 관철하는 것이다. 셋째는 국방공업을 최우선하면서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선군시대 경제건설노선에 입각해 경제건설을 해간다는 것이다.


넷째는 경제관리에서 사회주의 원칙을 확고히 지키고 집단주의적 관리방법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인민적인 시책에 의해 인민들의 복리증진을 기한다는 것이다. 여섯째는 사상ㆍ문화적으로 부르죠아 사상과 생활풍조의 자그마한 요소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의 ‘우리식 사회주의’를 압축하면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정치에서는 가족국가 체제의 유지와 선군정치 ▲ 경제에서는 선군시대 경제노선과 사회주의적 경제관리에 입각한 인민의 복리증진 도모 ▲ 사회적으로는 반 부르죠아 사상통제의 강화이다.


김정일의 우리식 사회주의에 대한 입장은 확고부동하다. 역으로 말하면 “북한이 시장경제로 가는 일은 절대로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이글은 북한에서의 시장화의 진전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였다.


여기서 하나의 중요한 의문이 생긴다. 시장경제를 하지 않고 어떻게 북한주민을 먹여 살리겠다는 것일까? 김정일은 선군시대 경제노선과 사회주의 경제관리 원칙을 말하지만 이것으로 북한주민을 먹여 살리지 못했다는 것은 선군정치 15년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우리식 사회주의로 어떻게 경제강국이 되며 2012년에 강성대국의 입구에 진입한다고 하는 ‘2012년 구상’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한다면 김정일의 ‘우리식 사회주의론’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는 어렵다. 김정일은 ‘우리식 사회주의’로 경제강국을 건설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11.30 화폐교환조치가 나온 것이다. 11.30 조치 이후 조선신보는 이번 조치가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이는 우리식 사회주의에 입각한 ‘2012년 구상’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이번 조치가 취해졌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조치에서 우리식 사회주의로 경제강국을 만들 수 있는 방책이 얼마나 구체화되었을까? 이번 조치는 이런 부분에 대해 정말 구체화된 내용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대답은 Yes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No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굳이 말하자면 이번 조치는 이 문제에 대해 약간 진전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약간 진전된 내용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북한이 ‘우리식 개발’ 노선을 표명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표> 우리식 사회주의와 11.30 화폐교환조치의 관련성



11.30 조치에서 읽히는 우리식 개발노선이란 이런 것이다.


▲ 국가주도에 의한 개발 추진(→ 사적생산의 부정). ▲ 통제경제로의 회귀(→ 시장경제의 부정). ▲ 국영상업망에 의한 소비물자 공급확대. ▲ 주민생활의 국가 보장. ▲ 2012년 경제강국의 도달 목표=“이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 살도록 한다”고 하는 김일성 시대의 슬로건 실현이다. 


요컨대 우리식 개발이란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통제 하에 있는 국영부문을 중심으로 경제개발을 추진하고 주민생활의 향상에 있어서도 국가의 역할을 강화해가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2012년 김일성 忌日(7월 8일)까지 최소한의 의식주의 기본생활을 충족시키겠다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11.30 조치 이후 북측 미디어는 우리식 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조선신보는 최근 북한경제에 대해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로 인민경제 모든 부문들에서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하기 위한 투쟁이 힘있게 벌어져 전반적인 경제가 상승의 궤도에 확고히 들어섰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 3방송은 “화폐개혁은 강성대국의 시작”이고 “물질적으로 풍요하게 살 날 왔다”고 보도하였다.


이런 북측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현실적인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시장을 부정하는 우리식 개발이 생산 증대 및 소비재의 공급 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유력한 방책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계속)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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