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협상전략…’처음에는 무조건 세게’

13개월만에 재개된 6자회담에서 북한이 유엔제재 해제 요구와 핵군축 회담 등 강경한 입장을 쏟아내 주목된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기조연설에서 미국에 대해 핵프로그램의 포기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법률적·제도적 장치 철폐 ▲유엔 제재 해제 등의 조건이 갖춰져야 하며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경수로 제공 ▲대체 에너지의 공급이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러한 조건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 상황에서 핵군축 회담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동안 북한이 언론 매체 등을 통해 밝힌 입장이 그대로 회담 연설문에 반영돼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그동안 하던 이야기를 회담장에 나와서 되풀이 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그동안 6자회담은 물론이고 남북회담에서도 첫날 기조발언을 통해 자신들이 요구하는 최대치를 ’지르는’ 형태의 협상전략을 보여줘왔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자신들이 요구하는 최대치를 리스트로 담아 제시한 것”이라며 “최대치를 가장 강한 방법으로 요구하는 것이 북한의 협상방법이고 이러한 패턴이 이번 6자회담에서도 반복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9.19공동성명을 만들어낸 제4차 6자회담 1단계 회담에서도 북한은 이번 기조연설에서 요구한 내용들을 거의 그대로 반복했었다.

당시 북한 대표단은 미국의 핵위협 제거와 남북한의 비핵지대화를 요구하면서 남한 내 핵무기 철폐 및 외부로부터의 반입 금지, 핵우산 제공 철폐 등을 요구했었다.

핵군축회담이 북미 양측의 상호성을 전제로 하는 회담이라는 점에서 보면 당시 비핵지대화 요구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또 4차회담에서 북한은 북미 간 신뢰조성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의 구축 문제 등을 요구했었다.

결국 이번 회담이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와 유엔의 대북제재결의안이 작동중인 상황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에 대한 요구사항 정도가 추가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4차회담 때 북한의 강경한 기조연설에도 불구하고 회담 과정에서 북한의 요구사항은 대부분 가닥을 치면서 9.19공동성명이라는 합의문으로 조정될 수 있었다.

당시 협상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핵군축회담이나 한반도 비핵지대화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북한은 관성적으로 최대한의 요구사항을 첫날 제안하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중국 등과의 양자접촉 과정을 거치면서 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기조연설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핵프로그램 포기를 위해 경수로와 대체에너지 공급을 요구한 대목이다.

미국의 조기이행조치 요구에 대해 동결에 대한 보상으로 맞서고 있는 셈이고 이 부분은 앞으로 협상을 통해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으로 정리돼 나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앞으로 협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면 미국은 북한의 핵폐기에 필요한 조치들을, 북한은 미국에게 요구하는 조치들을 나열하고 순서를 조율하는 작업을 벌일 것으로 관측이 된다.

한국 정부가 이번 회담 기조연설에서 전체 핵폐기의 과정을 몇 단계의 큰 묶음으로 나눠 이행하는 패키지식 접근방안을 제안한 것도 요구사항 하나하나에 매달리기 보다는 큰 덩어리로 묶어서 교환함으로써 회담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또 금융제재 문제는 19일 북한의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 등 재무전문가와 미국의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와 사이에서 실무적인 논의를 거쳐 가닥을 잡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이 핵군축 회담을 언급했지만 이번 회담의 본질은 아니다”며 “결국 금융제재 문제를 어떻게 풀고 핵동결에 대한 보상을 어떤 식으로 할 것인가로 논의가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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