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현대 ‘7대사업 독점권’ 쟁점 전망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퇴출로 불거진 북한과 현대그룹 간 갈등이 ’7개경협합의서’에 대한 해석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합의서는 2000년 8월 현대와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사이에 체결한 것으로 북한은 ▲남북 철도연결 ▲통신사업 ▲전력이용 ▲통천 비행장 건설 ▲금강산 저수지의 물 이용 ▲관광명승지 종합개발 ▲임진강댐 건설 등에 대한 현대그룹의 독점적 지위를 부여했다.

당시 현대측은 이 독점권에 대한 대가로 5억달러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일단 현대그룹은 관광 등의 분야에서 독점권을 인정한 이 합의서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 아태평화위는 현대그룹과 사업 재검토를 밝힌 20일자 담화에서 “7대협력사업합의서는 해당한 법적 절차와 쌍방 당국의 승인을 전제로 하고 있고 필요에 따라 수정보충하거나 다시 협의할 수도 있게 돼 있다”며 “합의의 주체가 다 없어진 조건에서 구태여 그에 구속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과연 현대그룹의 독점권은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

북한과 현대 간 합의서가 있고 현대가 대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합의서가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합의서의 기본 정신은 이미 대북송금특검 과정 등을 거치면서 상당부분 훼손됐고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 속에서 그 의미를 상당부분 상실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상회담을 위한 대가 제공이라는 야당의 의혹제기에서 시작된 대북송금특검은 북한에 전달된 5억달러를 정치적 비용이라는 쪽으로 몰아갔고 결국 정몽헌 전 회장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초래하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에서 대출된 4억5천만달러가 북한에 건네졌고 이 돈은 정부가 현대를 통해 전달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검에서도 일부는 경협비용일 수 있지만 일부는 정상회담 성사용이라는 정치적 판단을 하면서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관련자들에게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이 같은 특검의 판단이 내려진 현대의 독점권 주장이 과연 어느 정도 효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현대의 ’7대사업’ 승인요청의사를 계속 반려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대북경협사업은 남북교류협력법의 근거에 의해 통일부의 승인을 받고 하게 돼 있으나 문제되고 있는 것은 교류협력법 밖에서 이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정상적인 과정을 밟지 않은 현대그룹의 7대사업 독점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고 정부의 주장은 역으로 북한의 ‘현대 독점권 불인정’ 논리로 돌아온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그룹이 대북사업의 독점권을 계속 주장하면서 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에 중재 신청 등을 할 경우이다.

중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현대그룹의 독점권을 침해할 수 있는 다른 사업자의 사업참여가 어려워지고 그에 따라 남북경제협력사업이 표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현대아산과 북측 간의 독점계약은 그것대로 유효하며, 현대아산이 그동안 여러가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여기까지 남북협력사업을 이끌어오고 희생한 데 대해서는 존중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특정기업과 북측이 계약을 맺었다고 해서 정부 정책이 거기에 자동 귀속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현대그룹의 독점권 주장은 존중하겠지만 남북경제협력사업 전체가 현대그룹에 의해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남북경제협력사업을 민간기업에만 맡기기보다는 정부가 현대의 독점권을 인수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현대그룹이 ’왕자의 난’ 등 어려움 속에서도 현재까지 대북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면서 한국관광공사나 한국토지공사를 참여시키고 관광보조금을 지원해 가능했던 만큼 정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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