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가 메워져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간주됐지만 북한 매체가 ‘핵실험으로 단정하지 마라’는 주장을 하고 나서면서 일시 중단 가능성이 살짝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 통일신보의 8일자 ‘핵실험 지레짐작’ 보도를 일종의 연막 작전으로 보고 김정일 생일을 앞둔 이번주가 핵실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북한의 제3차 핵실험은 이번 주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면서 “새로 들어설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현 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 실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이제 뒷걸음치기에는 너무 멀리와 있으며 핵실험은 정치적 판단만 남았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갱도 메우기가 위장이 아니라면 핵실험을 위해 설치된 장비들의 내구성을 감안할 때 이달 16일까지는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핵실험 계측장비는 핵무기의 폭발 과정, 폭발력, 성공 여부 등을 측정하기 위해 갱도 내부, 외부에 설치되는데 첨단 장비이기 때문에 습기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오랫동안 방치되면 장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핵실험은 통상 계측 장비 설치 이후 2주 이내에 이뤄진다. 북한은 지난달 말에서 이달 초에 계측장비 설치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광명성절(2.16)이 사실상 ‘데드라인’이 될 수 있다.
김정은이 자신의 지도력 강화를 위해 내외적 긴장 분위기를 단계적으로 강화해온 점을 볼 때 김정일의 생일인 광명성절이 핵실험 파급 효과의 정점이 될 수 있다. 자신의 통치 근거를 선대의 업적에서 찾고 있는 김정은 입장에서 ‘핵무기 완성’ 만큼 통치의 대의명분을 강화시킬 소재가 많지 않다.
따라서 김정은이 시기만 고르고 있다면 광명성절 이전에 핵실험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취임 1주년과 다름 없는 김정일 생일 축하 행사를 성대하게 진행할 명분을 얻을 수 있다.
핵실험의 국제사회에 대한 파장력도 고려사항이다. 북한은 지난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087호가 채택된 이후인 23일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도 불가능하다는 최종결론을 내렸다”는 내용의 외무성 성명을 발표한 이후 20일 가까이 북한 매체와 풍계리 핵실험장을 통해 핵실험 의지를 천명해왔다. 더 이상 늦춰지면 핵실험에 대한 충격도 완화될 수 있다.
국제사회의 위기의식이 고조된 현시점에서 핵실험을 감행하는 것이 사태의 장기화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중국이 북한에게 체제 위기를 느낄 정도로 심각한 경고를 하지 않는 한 핵실험은 강행될 것”이라며 “미국과 대결하는 단호한 지도자 이미지를 키워온 김정은이 외압에 주저 앉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