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 `조율된 조치’와 포용정책 조정

정부가 9일 북한의 핵실험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밝힌 이른바 `조율된 조치’의 각론이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대북 포용정책을 뒤흔든 핵실험은 조율된 조치의 추진을 촉발시켰고 그 조치를 낳는 첨삭과정은 포용정책의 `부분조정’ 과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조율된 조치와 포용정책 조정은 맞물려 있는 양상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현재 분위기를 보면 정부 내에서 “포용정책의 부분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대전제는 있지만 그 조정 방향이 평화와 번영이라는 지향점을 포기하는 기조 변경이 아니라 방법론의 수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전략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라기 보다는 전술적이고 기술적인 요소의 재검토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2차 핵실험 가능성이 상존하는데다 유관국의 입장이 유동적일 수 있는 만큼 방법론의 부분 수정이 아닌 기조의 변화까지 몰고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심스러운 관측이다.

◇ 조율된 조치는 언제쯤 = 현재 조율은 국내외적으로 중지를 모으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내적 조율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0일 가진 여야 지도자 조찬간담회와 전직 대통령 오찬간담회 등을 가진 데 이어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단계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대북지원과 경협사업에 대한 여야의 입장도 분명해졌다.

국제적으로는 6자 회담국과의 조율과 유엔 차원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안도 윤곽을 드러낸 데 이어 절충작업이 한창이다.

이 때문에 일단 시기적으로는 국내적 의견수렴이 앞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대북 지원의 지속 여부를 놓고 핵실험 당일에는 강경 기류 일색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는 만큼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유엔의 대북 결의안이 나오면 이에 대한 정확한 해석 과정을 거치고 국내 여론까지 감안한 뒤 조율된 조치가 취해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조율된 조치의 전 단계로 당면한 대북 수해지원물자 북송을 잠정 보류시켰지만 그 보류기간이 애초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유엔 결의안이 금주 내로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조율된 조치도 이르면 이번 주 말부터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조율된 조치는 국내외 환경과 여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현안이 갖는 성격에 따라 각각 국내 여론과 국제 정세에 연동되는 비중이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북 수해복구 지원처럼 인도적 성격이 강한 사업은 국내 여론의 영향을 더 받고 민간경협에 속하는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의 경우 국제 정세에 따라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인 것이다.

◇ 가이드라인 나올까 = 정부가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세부조치를 내놓을지도 관심거리다.

포용정책의 부분조정이라는 입장까지 나온 마당에 사례별 접근방법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7월초 미사일 발사 때는 정부가 북한에 사전 경고한 대로 쌀 차관 제공과 비료 추가 제공을 위한 논의를 유보하는 단일 조치를 취했지만 이번에는 보다 체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예상 가능한 접근법으로는 우선 민관 분리론을 들 수 있다.

이는 민간 차원의 교류와 경협은 그대로 놔두지만 당국 주도로 추진하는 경협사업에 메스를 들이대거나 핵실험의 출구가 보일 때까지 일시 중단한다는 것이다.

이를 3대 경협사업에 적용할 경우 당국이 추진하는 철도.도로연결사업은 일시 중단이 불가피하지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는 지장이 없게 된다.

여기에 속도조절론, 나아가 현상유지론도 맞물리고 있다. 화해와 협력의 확대 및 발전에 주안점을 두고 남북 협력사업의 분야를 늘리고 규모도 키우던 종전 입장을 바꿔 현상 유지에 주력한다는 얘기다.

이 경우 협력의 `확대’에 해당하는 사업들이 중단된다. 예컨대 남북관계 경색으로 지난 7월부터 진전이 없는 사안이기는 하지만 경공업-광업 협력이나 농업, 임업, 수산업 협력은 당분간 진전을 기대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된다. 또 개성공단의 경우 추가분양 중단 조치가 포함될 수 있다.

이런 접근 속에서 주시 대상은 인도적 지원이다. 어려운 북한을 돕는다는 게 지원의 성격인데다 인도적 지원 속에는 민간과 정부 부문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유엔 대북 결의안이 기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정부가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안을 바탕으로 방법론을 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논의 중인 유엔의 대북 결의안이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한 북한의 선박.항공기의 왕래 금지, 북한의 핵기술 확산 저지를 위한 선박 해상검문, 대북 금융제재 강화 등 WMD 확산방지구상(PSI)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사실은 시사점이 적지 않다.

금수(禁輸)처럼 대북 경제관계의 단절까지 포함하는 극단적 조치가 들어있지 않은 만큼 정부의 조율된 조치는 보다 유연성을 띨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각론은 어떻게 될까 = 조율된 조치에는 최대 관심사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도 검토 대상으로 올라 있다. 통일부는 9일 이런 입장을 확인했다.

그러나 현재 유엔의 논의 흐름에 비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사업까지 건드릴 필요는 없다는 논리가 강하게 힘을 받고 있어 보인다.

이들 사업에 대한 북측의 의지도 간접적으로 감지되고 있고 남북관계에서 갖는 사업의 상징성이나 중단시 예상되는 경제적 손실이 수천억, 많게는 조 단위로 넘어갈 것으로 보이는 점도 부담이다.

개성공단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이나 금강산 관광객의 여행 취소로 이미 `심리적 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도 고려 요인이 될 전망이다.

최우선 관심사는 가장 시급한 현안인 대한적십자사(한적)를 통한 대북 수해물자 지원을 계속할지 여부다. 애초 시멘트 4천t을 싣고 10일 동해항을 떠날 예정이던 선박은 아직 닻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15일에는 쌀을 해로로 북송할 예정이어서 이번 시멘트 선박의 출항 여부를 판단할 조율된 조치가 나오면 남은 대북 수해지원 물자의 북송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하지만 핵심 품목인 쌀이 이미 전체 10만t 가운데 89.5%가 북송된데다 굴삭기, 페이로더 등 중장비와 긴급구호세트, 의약품 등에 대한 수송작업도 끝났다. 남은 것은 시멘트 7만500t, 철근 1천200t, 덤프트럭 50대 정도다.

핵실험 직후의 흐름으로 보면 중단하는 게 맞다는 목소리가 우세한 듯 했지만 이미 물자의 대부분을 수송했고 정세 호전시 남북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이성적 접근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한나라당은 지원 중단을, 열린우리당은 지원 계속을 희망하며 엇갈린 입장이다.

한적을 통한 수해 지원의 강행 여부는 매칭펀드 방식으로 정부와 민간이 100억원씩 모두 200억원 규모로 진행되는 민간단체의 수해 지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원품목 협의 등에 시간이 걸리면서 현재 정부 지원금 집행률은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민간단체를 통한 대북지원사업도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기에는 지난 4월 48개 단체에 115억7천만원을 지원키로 결정한 민간단체의 개별사업이나 8월에 5개 프로젝트에 50억원을 주기로 한 민간단체의 합동사업 등이 해당된다. 농업.보건.영유아 분야에 걸친 개발지원 성격이 가미된 사업들이다.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처럼 일반 경협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에서 거론된 북한 선박.항공기의 왕래 금지 조치가 굳어질 경우 그 동안 우리 공항이나 항구에 왔던 북한 고려항공이나 국적선은 당분간 보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협력사업의 추가 확대를 보류할 경우 개성관광과 금강산관광도 중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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