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반기문 ‘첫 시험대’ 되나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 선출 4차 예비투표에서 사실상 차기 총장으로 선출된 가운데 북한이 핵실험 강행 방침을 천명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오비이락(烏飛梨落)격으로 같은 날 이뤄진 일이지만 북한의 핵실험은 오는 9일 사무총장 후보 선출을 위한 공식 투표를 거쳐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총장에 오를 것으로 확실시되는 반 장관에게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성명에서 “미국의 극단적인 핵전쟁위협과 제재압력책동은 우리로 하여금 상응한 방어적 대응조치로서 핵억제력 확보의 필수적인 공정상 요구인 핵시험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며 공을 미국으로 넘겨 당분간은 미국의 반응을 떠 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곧바로 핵실험을 단행할 것이라면 사전에 성명을 발표할 이유가 없다는 점도 이러한 추측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되는 시점까지는 핵실험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압박에 대해 강경한 입장으로 받아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북미간의 대립이 해결점을 찾지 못하면 북한이 핵실험 강행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2.10성명을 통해 핵보유를 선언하면서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핵실험을 통해 핵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핵실험이 이뤄지면 미국이 미사일 발사 직후 보여준 것처럼 유엔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대북압박의 고삐를 죄려고 할 것이고 사무총장으로서 반 장관은 중간에서 곤혹스런 위치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미국에서 북한의 핵시설 폭격론 등 무력사용방안이 거론될 수 있는 만큼 반 장관의 입장에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을 편들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북한의 입장을 무조건 이해할 수도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반 장관이 한국인이라는 점은 북핵문제를 푸는데서 핸디캡이 될 수 있다”며 “북핵문제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유엔을 통한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에 대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반 장관이 외교통상부 장관으로서 북핵외교를 진두지휘해 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해법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한미관계와 북미관계 등을 두루 아는 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북핵문제를 국제사회 속에서 합리적으로 풀어가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