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계획 발표 전문가 반응

북한 외무성이 3일 핵실험 계획을 발표한데 대해 전문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북한의 의도가 북미 양자대화와 그것을 통한 금융제재 해결을 도모하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핵실험을 곧바로 실시하지 않고 그 계획부터 밝혔다는 점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기 전 북미간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는 달리 북한이 만약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국내적으로 정치적 파장을 불러오고 보수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는 등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해 질 것으로 본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 = 이번 핵시험(실험) 성명은 기존 발표와 성격 차이가 있다. 구체적으로 핵시험을 하겠다는 것으로 시험을 해야한다는 부담을 스스로 지우는 성명이다. 최악의 상황에 빠지면 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매우 우려스럽다.

하지만 발표했다고 해서 당장 시험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즉각 핵보유국으로 가려면 사전 성명 없이 시험하면 되는데 미국에 대한 압력을 한 단계 더 높이려는 뜻이 들어 있다. 발표의 신뢰성을 스스로 유지하면서 공을 완전히 미국에 넘기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 가 달라질 전망이다. 미국이 무시하거나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오지 않으면 핵실험으로 가는 시나리오다.

북한의 의도는 먼저 미국을 향해 대화에 나오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 대북정책을 ’현상유지’ 쪽으로 잡고 있는데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의 핵실험을 막아 그간 ’정책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추라는 뜻이 있다.

결국 협상에 들어와 금융제재를 풀라는 압력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중간선거에 영향을 미쳐보겠다는 의도도 있다.

핵실험 이후 시나리오는 북한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다. 핵실험을 하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목표 자체가 실패로 돌아간다.

미국은 북한의 핵을 막겠다는 것에서 북한 정권교체로 목표를 수정할 수 있다.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을 강화하고 금융봉쇄 수준까지 갈 것이다.

또한 동북아 핵군비 경쟁을 촉발해 일본이 재무장하고 중국은 이에 강력히 반발할 것이다. 지역의 안보위협이 더욱 심해지고 국제환경이 위험해진다. 북한은 오판해서는 안된다.

우리 정부는 이럴 때일수록 대북 영향력이 미칠 수 있도록 정상회담에 나서야 한다. 핵실험을 막을 수 있는 모든 레버리지를 활용해야 한다. 또 실험 전 미국으로 하여금 협상에 나오도록 설득해야 한다.

▲김근식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 북한은 한미간에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포괄적 접근방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핵실험설을 공식화한 것은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로 대표되는 금융제재를 풀기위한 압박 전술로 생각한다.

북한은 미국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할테면 하라는 식으로 수수방관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듯하다.

상황을 차분하게 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 접근방안을 만들고 있어 한미가 대화재개를 위한 자세가 된 상태이며 북한도 미국이 대화기조를 보이고 있음을 알고 있다 .

다만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포괄적 접근방안을 협의하면서도 BDA문제를 풀겠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 좀 더 미국을 압박하면 BDA 문제까지 풀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해서 이번 발표를 한 것 같다.

북한 입장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핵실험을 하겠다고 공언을 했으니까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북한 입장에서 핵실험을 안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곧바로 핵실험을 하지 않고 계획을 먼저 밝힌 점, 선제 핵공격을 하지 않고 핵무기 이전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분명히 이 문제에 대한 협상의 여지가 있음을 밝힌 것이다.

미국도 어려운 입장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를 방관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양자 협상을 하자니 북한의 위협에 굴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북한이 보여준 일련의 강경 입장을 비춰보면 어느 정도 예상됐던 수순이다. 핵실험을 할 경우 많은 정보가 드러나기 때문에 그 자체를 비밀로 할 수는 없다. 성명을 통한 ’선포’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발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핵실험 시점은 북한의 준비 상황에 달려 있다.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기 때문에 성명을 내 놓았다고 본다. 만약 실험을 한다면 미국의 중간선거(11월7일) 전에 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다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나서 구체적 대응까지 할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으로 ’입증된’ 핵보유국이 되고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제한적인 금융분야 제재를 넘어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대화에 나서더라도 예정된 ’핵 수순’은 밟아나갈 것이다. 핵 능력을 과시하면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를 품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와 달리 서둘러 북미 회담에 나서지 않고 강수를 둬 충돌 국면으로 갈 것이다.

결국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기 힘들 것이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대화한다는 계산을 했겠지만 뜻대로 안 될 가능성이 크다. 긴장국면이 높아지고 중국 역시 ’레드라인’을 넘은 북한을 더이상 보호할 수 없다.

▲류길재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 북한이 핵실험 계획을 사전에 공개한 것은 미국과 양자대화를 하자는 뜻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는 것은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것인데 우리 정부로서는 특별히 북한의 의지를 꺾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7월 미사일 발사때부터 다음 수순을 핵실험으로 상정한 이른바 ‘고강도 정책’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핵실험을 할 경우 6자회담 틀이 지금처럼 유지되기 어렵다고 본다. 회담이 북핵문제를 다루는 것이니 회담의 틀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정상적으로 가동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상태에서 6자회담이 진행되려면 미국이 의미있는 양보를 해야할텐데 과연 미국이 그렇게 하려 할 것인지에 대해 나는 회의적이다.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미국은 훨씬 강경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유엔에서 본격적인 대북 제재를 담은 새로운 결의안 채택을 시도할 것이며 그 경우 한반도는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 박사 = 북한은 핵실험을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기 때문에 능력은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핵실험을 결행한 동기만 남았을 뿐인데 가능성은 이미 열려있다.

핵실험을 한다면 플루토늄으로 할 것으로 보이며 이미 시설은 갖추어져 있다. 함북 길주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북한 전역의 폐광을 이용할 가능성도 크다.

핵실험을 했을 때 3가지 측면에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NPT체제가 약화되고 국제사회의 대북 인식이 급속히 나빠질 것이다. 두번째 동북아지역 측면에서는 미국의 대북 강경책이 노골화하고 동북아 전체에 긴장이 조성될 것이다. 일본을 자극해 미일동맹이 강화되고 반면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대응해 결속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북방-남방 세력 간극이 두드러질 것이다.

마지막 한반도에는 국내적으로 정치적 파장을 불러오고 보수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는 등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해 질 것으로 본다.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북한정책실장 = 북한이 성명에서 ’핵이전을 철저히 불허하겠다’고 한 것은 미국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핵실험에 이어 핵물질 이전을 또 하나의 ’레드라인’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명에서 ’과학연구부문에서 핵시험을 할 것’이라고 한 것도 파장을 줄이려는 의도로 관측된다. 군사적 측면과 과학연구부문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의 핵보유를 막겠다는 6자회담의 좌절을 의미한다. 6자회담이 좌절하면 북한 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미국의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으며 이런 측면에서 공은 다시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은 북미 직접대화를 할 것인지 대북 물리적 선택을 해야할 지 결단을 내려야하는 고민에 빠질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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