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해외주재원 자녀소환 반발 배경과 전망

외교관과 무역상사원 등 북한의 해외근무자들이 당국의 동반자녀 소환 지시에 반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당국은 최근 여러 명의 자녀와 해외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외교관과 무역상사원 등 해외근무자들에게 지난달 30일까지 자녀 1명만을 남기고 평양으로 돌려보내도록 지시했지만 아직까지 귀국한 자녀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근무자들이 당국의 지시에 크게 반발하는 것은 자녀들에게 선진교육을 주입시키려는 교육열 때문으로 전해졌다.

북한에서 최고의 인기직업인 대외부문에서 종사하려면 외국의 선진교육을 받고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필수이고 이것이 자식들의 미래 및 부와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지시를 어겨가면서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북소식통은 “외국문물과 외국어를 가르쳐 자녀에게 풍요로운 물질적 생활을 보장해주려는 부모의 교육열이 가장 큰 이유”라며 “자식들만은 부모처럼 살게 하지 않으려는 열망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욱이 해외근무자들은 국가가 외화난으로 유학을 장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부담으로 자녀들을 교육시키면 국가적으로도 큰 돈 안 들이고 인재를 양성하는 셈이어서 큰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뜻대로 나라를 경제강국으로 만들려면 유학을 통해 외국어와 선진과학을 배우고 대외협력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며 이번 조치가 대세를 역행할 뿐 아니라 오히려 김 위원장의 의도와도 배치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북한은 부분적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한 ’7.1경제관리개선 조치’ 2년 뒤인 2002년부터 국가의 외화부담을 줄이면서도 외국의 선진교육을 받은 고급인력 양성을 위해 해외근무자가 자금능력만 있으면 자녀와 부모까지 데리고 나가서 살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북한의 외교관 자녀 소환령에 대해 국제사회로의 편입에 대한 역행이나 폐쇄주의로의 정책전환 아니냐는 점에서 우려를 가지고 이번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해외주재원의 자녀 동반거주 허용방침이 일부 극소수의 가족 동반 탈출이라는 부정적 결과를 야기한 것도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국가가 큰 돈을 들이지 않고 국제정세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기회가 됐던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해외근무자 대부분은 북한에서 내로라하는 엘리트이고 혜택받는 계층이어서 정치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일반 해외체류 탈북자들과 달리 망명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자녀소환령이 자칫 엘리트의 탈출이라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해외근무자들은 이번 조치를 제안한 북한 내부의 정책입안자들에 대해 “국가의 이익은 안중에 없는 초당분자”로 매도하면서 큰 불만을 갖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북한 사회의 이완현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 역시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북한이 정권수립 이후 ’수령-당-대중’으로 이어지는 정연한 유일지배체제를 유지해왔고 일단 정책이 결정되면 이 정책에 대항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해외근무자들의 항명사태가 아래로부터의 정책 전환을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북소식통들은 “자녀소환 조치가 아예 없었던 일로 무마될지, 아니면 당의 지시를 거역한 정치적 사건으로 번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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