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당국이 ‘전투준비태세’ 훈련 기간 동안 항공기 연유(燃油) 방출량을 늘리면서 해당 군부대 군인들이 이를 빼돌려 민간 도·소매상(돈주)에게 대량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남도 내부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00공군부대의 비행기 출격 횟수가 늘어나면서 이곳 부대 군인들이 대량의 연유를 빼돌리고 있다”면서 “부대 군인들과 결탁한 돈주들이 비행기용 연유를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여러 겹의 비닐로 제작된 50kg 용량의 비닐주머니 수십 개를 적재한 화물차(5t급)가 자정이 되면 해당 항공부대 인근에 은밀히 대기하고 있다가 새벽에 연유를 넘겨받는다. 이런 차량은 하룻밤에 보통 서너 대다.
과거에는 갱생(지프)차 한 대가 며칠 간격을 두고 연유 500kg정도를 외부에 유출했으나 최근 전투준비태세 기간 20배에 가까이 연유 유출량이 늘었다. 장사꾼 사이에서는 ‘연유 장사꾼들이 대(大)전성기를 맞는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모든 비행기들은 이륙 전에 새 기름을 주입했다가 비행을 마치면 연료 탱크에 남아있는 연유는 모조리 꺼내야 하는데, 이 연유에 대해 군인들은 ‘폐연유’라고 부르며 대부분은 외부에 판매한다”면서 “공군 조종사들은 3시간을 비행할 수 있는 연유를 주입해 비행하지만 실제 2시간에서 2시간 반만 비행해 폐연유를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식통은 “장사꾼들의 연유에 대한 수요가 많아 폐연유로 공급하기 어려울 경우, 군인들은 전투예비탱크에 있는 연유 일부를 외부에 빼돌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소식통은 “요즘같이 한꺼번에 수백 대의 비행기가 훈련에 동원돼 수십 톤의 폐연유가 공급된 적이 없었다”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1kg당 1만5000원 하던 연유가 거의 모든 지방에서 1만3000원대로 떨어졌다. 그 원인은 평양시를 비롯한 모든 지역에서 연유 암시장에 공급이 늘었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유를 넘겨받은 돈주는 전국 각지의 수산업 분야 외화벌이 기업소에 시세보다 싸게 판매한다. 부대에서 나온 연유는 대체로 고급 항공유로서 색이 투명하기 때문에 폐연유 찌꺼기를 가열해 얻은 액체를 조금씩 배합해 수입 디젤유로 가공한다. 각 지방에서는 이같이 가공한 연유를 ‘자력갱생디젤유’라 부른다.
군부대 내에서의 연유 유출은 일상적으로 벌어져왔다. 항공 부대들도 폐연유의 일부를 군인가족세대에 공급해, 생계를 유지하도록 한다. 군인들의 월급도 일반 노동자와 비슷한 3000원 가량이기 때문에 간부들도 연유 유출을 묵인해왔다.
소식통은 “군인 월급으로는 쌀 1kg도 살수 없기 때문에 군 간부들도 장사꾼들에게 연유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세대를 모른 척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일반 주민들은 ‘준전시가 공군부대와 연유 장사꾼들에게 돈벌이를 해준다’며 부러워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 군 당국은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 첫날인 지난 11일에만 북한이 항공기를 700여 회 띄운 것으로 관측됐다며 지난해 하기 훈련기간 중에 하루 최대 120회에 비해 6배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