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학생, 김정은 ‘패기머리’ 안하면 지도원이 바리깡으로…

지난달 통일신보가 30년 만에 북한 학생들의 교복 디자인과 색상이 바꿨다고 전해 관심을  모았다. 북한매체들은 김정은이 직접 교복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김정은의 후대 사랑 선전으로 새 세대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고 있다.


북한에서 학생교복은 1959년부터 무료로 제공되기 시작했다. 1977년 김일성생일 65돌 계기로 전국의 유치원, 소학교, 중학교, 대학생들에게는 신발, 가방, 머리수건, 학용품을 비롯한 동·하 교복세트가 무료 선물형식으로 지급됐다. 교복 선물정치는 1980년대 말까지 2년, 3년 주기로 이어졌으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보급이 중단됐다.


2007년 김정일 생일 65돌을 맞으며 시작된 유료 교복공급은 3년 주기로 2012년 4월까지 북한 돈 5천원에 공급됐다. 하지만 교복 원단재질과 질 저하로 학생들의 교복선호도가 떨어지면서 교복디자인을 모방한 시장상품이 등장했다. 학생들 70% 이상이 교복을 모방한 시장교복을 입어, 학교의 통제도 불가능했다고 각 소식통들은 전했다.


유행되고 있는 시장교복은 검정색 천으로 만든 교복이다. 공급된 교복이 진한 청색인 반면 시장교복은 검정색이라는 뜻에서 ‘먹천 교복’이라고 한다. 여학생들의 경우 쎄라복(칼라에 줄무늬 있는 교복) 형태로 교복을 해입거나 여름에는 화사한 색깔의 옷, 짐바자지(청바지) 형태의 한류스타일을 선호한다고 탈북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데일리NK는 최근 지난해 10월 탈북한 북한 남포시 고급 중학교 학생을 만나, 학생들의 교복착용과 이에 대한 학교당국의 통제 실태, 신 교복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북한이 지난 2월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학생들에게 새로운 디자인과 밝아진 색상의 신 교복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출처=통일신보


-북한이 새로운 교복을 공개했다. 최근 탈북한 학생으로서 새로운 교복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교복 색깔이 밝아졌다. 그런데 이 교복은 어느 학생이 딱 봐도 촌티난다고 말할 수 있는 색상이다. 원래 교복색깔이 진한 곤청색이다. 곤청색 색깔은 밝을수록 촌티나는 색이여서 남학생들은 싫어한다. 남녀학생 모두가 최대한 까만 천으로 교복을 만들어 입는 것이 유행이다. 신 교복색깔을 기존 교복보다 더 밝게 해놓으면 남학생들이 교복을 입으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남학생들은 교복바지 통이 넓지 않다. 신 교복바지가 넓은 형태다.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 멋을 내기 때문에 바지 통을 좁게 해서 입는다. 신 교복을 입어야 할 경우 바지를 좁게 수선하여 입을 것이다. 여학생 교복은 사회복(학교를 졸업한 성인여성들이 입는 옷)비슷해서 괜찮은 것 같다.

-왜 검정색 색깔로 교복을 해 입는지,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옷 색상은 무엇인가?


남녀 학생 모두 시장에서 교복상품을 구매할 때는 까만색(검정색)을 찾는다. 높은(김정은을 표방) 사람들 입는 옷이 까맣고 쯔메리(목까지 단추 채우는 것)형태도 교복과 비슷해서 그것을 모방한 ‘먹천 교복’이 유행된 것 같다. 장마당에서 ‘먹천 교복’이라고 하면 잘 팔리는 이유이다.


여학생들은 중간색을 좋아한다. 녹색, 쥐색(회색), 차색, 감색 등 진하지도 않고 연하지 않은 색이 세련된 색이다. 일본제나 한국제 옷이 다 중간색이다. 이번 여학생 신 교복 색깔이 중간색인 것 같으면서도 아니다. 회색은 좋은데 상의교복 자주색이 학생들이 좋아하는 색상이 아니라서 적응에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공급된 교복을 착용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통제 하지 않는가?


공급되는 교복은 싫든 좋든 무조건 사야한다. 하지만 교복을 입는 문제는 학교에서 통제할 수가 없다. 그것을 입으면 사람 몸값이 떨어져 풀 자루 같은데 누가 교복을 입겠다고 하겠는가. 교원 자녀들도 교복을 입지 않고 시장에서 교복을 모방하여 만든 상품을 구매한다. 공급된 교복을 입으면 자연히 따돌림 당하는 기분이고 학생도 축에 끼우지 못해 주눅이 들어 실력도 오르지 못한다.


공급된 교복을 입는 학생은 겨우 30%정도 될까 말까다. 가난하게 사는 집 학생들 이외에는 70% 학생들이 장마당에서 파는 교복을 구매한다. 어떤 학생들은 아예 장마당에서 몸치수를 재고 좋은 천으로 교복형태를 맞춘다. 3월 말쯤 되면 신 교복을 모방한 시장교복이 상품으로 나올 것이다. 국가에서 공급되는 교복가격은 북한돈 5천원, 시장에서 판매하는 교복가격은 북한돈 15~20만원이다.


-학생들이 교복 이외에 입는 옷과 과외활동은?


남녀학생들이 즐겨 입는 과외 옷은 운동복이다. 겨울에는 한국학생들이 입고 다니는 모자 달린 옷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짐바바지도 남학생들이 좋아하지만 학교 청년동맹지도원(학교 청년조직을 책임진 교사)이 엄하게 단속한다. 일단 짐바바지를 입고 단속되면 청년지도원이 그 자리에서 학생이 입은 바지가운데 부분을 칼로 쭉 찢어 놓는다.


여학생들은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좋아한다. 하지만 여학생들 경우 높은 구두는 신지 못하며 특히 겨울에 왈랜끼(부츠)는 철저히 통제된다. 편리화, 휴즈(운동화), 낮은 구두를 신는다“










▲사진 왼쪽의 첫번째 대학생가방이 30달러, 가운데 대학생가방이 12달러, 오른쪽 사진 학생 가방이 7달러정도에 판매된다고 탈북청년들은 설명했다./사진출처=영국문화원이 출간한 “Above the Line” 캡쳐


-학생들의 머리스타일에 대에서도 알고 싶다.


“학생들 머리는 통제가 심하다. 남학생들은 김정은 머리 모양처럼 패기머리로 깎아야 한다. 뒤를 바짝 깍지 않고 앞머리도 약간만 기르면 청년지도원이 한번 경고를 준다. 경고를 받고도 머리를 깎지 않은 남학생은 청년지도원이 머리 깎는 기계로 머리 가운데를 한줄로 쭉 밀어버린다. 그런 남학생은 할 수 없이 이발소에 가서 중머리처럼 빡빡 머리를 깎고 다시 머리가 자랄 때까지 모자를 쓰고 다녀야 한다.


여학생머리는 비교적 자유롭다. 길게 길러도 되지만 풀어놓지 말고 댕기로 엮으라고 한다. 그런데 여자 댕기머리는 옛날 여자 같다고 남학생들이 놀려대기 때문에 될수록 단속 당하지 않을 만치 자른다. 긴 머리에 자그마한 깍지(머리끈)를 달아도 되지만 화려한 이봉(리본)이나 큰 깍지는 통제된다. 단발형식의 한국머리형태가 제일 고급한 머리다. 여학생들의 짧은 머리는 직발(스트레이트 파머)을 하거나 살짝 볼륨을 내도 된다.


-새 학기 시작되면 교복 외에도 가방, 신발, 학용품은 공급하는가?


교복과 교과서 밖에는 공급되지 않는다. 2013년도까지만해도 낡은 교과서를 공급했었는데 12학년제 시작 된 2014년부터는 새 교과서가 공급됐다. 그 외 신발, 가방, 학용품은 공급되지 않았고 자체로 시장 구매했다.


보통 남학생은 운동화를 신고 여학생들은 편리화, 낮은 구두를 신는다. 제일 좋은 운동화는 신의주 운동화인데 가격은 북한돈 2만 5천원, 8·3(인가공)운동화는 1만 2천원으로 함경도 쪽으로 올라갈수록 가격은 더 비싸다.


초등학생들은 배낭식 가방을 사용하고 중·고급 중학교와 대학생들은 들고 다니거나 한쪽 어깨에 메고 다니는 가방을 사용한다. 최근 유행되는 가방은 노트북가방처럼 생긴 ‘미남자’ 가방이다. 상표에 미남자가 있어 장마당에서 통용되는 상품명이다. 중국상표이긴 하지만 한국산이라고 학생들은 생각한다. 학생가방 가격은 7달러~30달러로 다양하다.


설송아 기자
북한 경제 IT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