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학교 선생님들, ‘니들이 고생이 많다’

겨울방학이다. 북한 학생들은 방학이면 과제로 받은 분토반납과 유휴자재(파지 및 파철) 수매, 또는 과제물을 하면서 보낸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원들은 쉬기보다는 각종 강습과 다음학기 교재연구, 군사훈련을 하면서 바쁘게 보낸다.


평소에도 바쁜 일정을 보내는 소학교, 중학교 교원들에게 방학은 그나마 잠시라도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그러나 결코 푹 쉴 수 있는 시간은 없다. 


북한 교원들이 방학동안에 진행하는 여러 가지 사업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강습이다. 시 또는 군당 교육부에서 7~10여일 정도 조직하는 강습은 전공분야별 강습과 일반강습이 있다.


전공강습은 주로 자연, 화학 물리 등 이과과목과 음악, 체육을 비롯한 예체능과목들이며 그 외 모범교원들의 강의를 선전하고 따라 배우기 위한 소개강습 등이 있다.


각 학교들에서는 이 강습을 통해 학교의 행정 조직 능력에 대한 상급단위의 일정한 평가사업도 진행되는 만큼 될수록이면 교원들이 개인사정에 연연하지 말고 100% 참가해 출석율을 보장하도록 요구한다.


강습을 통해 학생 교양에서 모범적인 교원들의 독창적인 교육교양방법이나 시범수업 등을 통해 다른 교원들에게도 좋은 교육사례들을 일반화하도록 독려한다. 이곳 선생님들의 연수와 비슷한 개념이다. 


또 이때면 시나 군 전체 교원들이 대부분 모이기 때문에 대학동기들이나 평소 알고 지내던 교원들을 만나는 기회도 된다. 


방학에 교원들은 강습과 함께 개별적으로 다음 학기 수업을 위한 교재연구를 진행한다. 과목별 교재연구록을 정하고 교과서 내용들을 한 제목씩 따져가며 교재 연구과정을 기록한다.


자체 계획대로 진행되는 교재연구이기 때문에 대충 해도 괜찮을 법 하지만 이에 대한 총화는 교재연구 진행내용을 기록한 이 필기록을 통해서만 검증되기 때문에 개인의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분과별 또는 교무주임이 직접 검열하는데 교원들은 검열에서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교재 연구록을 제목별로 꼬박 꼬박 정돈한다.


교재연구록은 맨 위에 제목을 쓰고 다음 교수목적과 내용, 방법의 순서로 정돈하는데 사실 이는 형식에 불과하다. 왜냐면 미리 이런 것을 준비한다 할지라도 정작 수업할 때에는 다시 필요한 교재에 대한 연구와 준비가 따라야 하기 때문에 교재연구록은 하나의 형식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교재연구록과 함께 진행해야 하는 것은 직관물(수업 자료) 준비다. 교재를 연구하는 과정에 수업에 어떤 직관물이 필요한지 미리 준비하는 과정으로 이는 홀시할 수 없는 중요한 공정이다.


예를들면 음악수업에서 ‘소리표’에 대해 가르칠 때 소리표의 모양과 여러 가지 종류의 소리표들을 설명해야 한다. 그러자면 소리표의 생김새와 여러 가지 종류의 소리표들을 종이에 그려가지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빠른 이해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교육방법이다.


소리표의 모양과 종류별에 따라 종이(가로 60, 세로 80)에 그린 것을 직관물이라고 한다. 이런 것들에 대한 사전 준비가 없으면 학생들에게 45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빠르고 정확한 이해를 시키기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방학기간 교재연구를 하면서 직관물을 준비하는 것은 교원들이 반드시 선행시켜야 할 기본 준비공정이라고 볼 수 있다.


방학간 교원들이 진행하는 또 하나의 ‘행사’는 ‘적위대’ 훈련이다. 교원들 중 55세 이상 복무자와 출가한 여성을 제외한 남녀 교원들이 빠짐없이 참여해야 한다. 적위대는 북한의 반군사조직이며 적위대 훈련은 북한의 ‘전민무장화’방침실현을 위한 단계로 이 또한 홀시할 수 없는 하나의 주요단계로 꼽힌다.


2009년 10월에 입국한 탈북자 전모(38세·남) 씨는 “북한에서 진행하는 반군사조직인 적위대 훈련은 형식일 뿐이다”며 “학교운동장에서 목총을 들고 대열훈련이나 며칠 하고 가까운 사격장으로 가 농담 절반 섞어가며 놀음삼아 사격훈련이나 좀 하다가 오후 5시 경이면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고 추억했다.


교원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들도 그냥 형식상 적위대 훈련을 했다는 이미지나 보여주면 그만이므로 그리 열심히 땀을 흘려가며 훈련을 하려 하지 않는다. 특히 시골학교들인 경우 50세 좌우인 ‘아바이’교원들이 목총을 메고 자신들도 어이가 없는 듯 빙긋 빙긋 웃으며 구령에 맞춰 대열훈련을 하는 모습은 차라리 보지 않느니보다 못하다.


시골학교들에서 해마다 놓치지 않고 진행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거사는 ‘화목조(땔감나무 구하는 조)’의 나무하기다. 중학교 6학년 학생들 6~7인으로 조직해 학교 체육교원을 비롯한 남성교원들이 주로 담당해 조직된다.


산림보호원으로부터 허가받은 산으로 화목조를 데리고 올라가 땔감나무를 해결하기 위해 주로 쌍톱이나 외톱, 도끼를 이용해 나무를  벌목한다. 중학교 졸업반 학생들 속에서 일명 ‘입대 전 예비훈련’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북한에서 태어난 남성이라면 무조건 입대해야 하는 군복무의 어려움을 미리 대비한다는 학생들 나름의 유행어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일주일에 한번씩 등교하는 학생들의 출석장악과 방학숙제 검열, 갖가지 사고에 대처한 교양사업, 중학교인 경우 분토 반출과 유휴자재 수매정형 확인총화 등도 방학 기간 교원들이 해야 할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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