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플루토늄-UEP ‘분리검증안’ 대두…美 대북특사 訪中

북핵 검증체계 구축 협상의 난항과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지연으로 북핵폐기 협상이 공전상태에 빠진 가운데 ‘분리 검증’안이 대두돼 주목된다.

현재 미국은 검증체계 구축 없이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또한 조지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부 관리들은 이번 검증에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및 핵 확산 의혹도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내에서 핵검증 체계 협상도 핵신고 협상과 마찬가지로 플루토늄에 대한 검증과 UEP·핵확산 검증으로 분리해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 검증에 주력, 영변 핵시설에 대한 검증부터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북핵폐기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외교협회(CFR) 개리 새모어 부회장은 “현재의 검증 협상을 둘로 나눠 하나는 비교적 명쾌한 플루토늄으로 하고, 다른 하나는 어려운 농축우라늄으로 나누되 이것은 나중에 하자는 것”이라며 “미국의 부시 대통령 임기내 가능한 현실적인 검증체계는 영변 핵시설에 국한한 검증체계”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이러한 검증방안에 호응한다면 테러지원국 해제가 이르면 8월중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김태우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은 “애초부터 ‘분리검증’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며 “이미 초기 핵신고서 제출을 두고 벌인 미북간 협의에서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과 UEP·핵확산 의혹 등을 분리신고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으로, 분리해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실장은 “최근 조지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 국무부가 UEP·핵확산 의혹 등도 검증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테러지원국 해제 시한을 연기한 것은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북한 측과 검증의정서에 대한 세부협의를 벌였던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협상 특사가 13일 다시 중국을 찾아 북핵 외교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김 특사가 “6자회담의 일환으로 강력한 검증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중국 관리들을 만날 계획”이라며 “현재로서는 (그가) 방중 기간에 북한 관계자들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김 특사가 방중 기간 북측 협상 파트너인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과 만나 검증문제를 협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지연에도 반발을 하지 않는 것도 미북 간 협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실장은 “임기 말 외교적 성과가 필요한 부시 행정부와 미북관계 정상화를 원하는 북한은 테러지원국 해제 시한 연기를 두고 막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그동안 집착해오던 테러지원국 해제가 늦어지는 것을 감수하며 미국과의 검증체계 협의에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내년 1월 미국의 차기 대통령을 기다리기 위해 시간벌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미북간 협상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