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20일 오후 4시쯤 서부전선 28사단 대북확성기 인근 지역에 대한 포격 도발을 감행했다. 이는 대북심리전 방송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호전성이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체제 보위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어린 군인들의 확성기를 통한 의식변화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란 지적이다.
또한 김정은이 남한의 확성기 재개에 대한 포격도발로 ‘강(强)대 강’을 직접 보여주면서 인민군의 내부결속을 꾀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 표적 사격하겠다고 공언한 북한이 단순한 말폭탄이 아니라 실제 포격한다는 최고지도자의 과감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다.
김진무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김정은의 즉흥적이고, 저돌적인 그동안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면서 “군대 사기 진작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공격을 가해야 한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대북방송 재개를 ‘최고 존엄’ 훼손이라고 보면서 ‘이대로 두면 안 된다’는 김정은의 특별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정책을 전환을 꾀하기 위한 목적으로 긴장유발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도 “즉흥적이고 무모한 방식을 즐겨했던 김정은이 독단적으로 이번 도발을 결정한 것으로 본다”면서 “김정은의 무모한 결정을 저지할 사람들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전문가는 “이번 북한의 포격 도발은 심리전이 북한 군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호전적인 김정은의 입장에서 자신의 체제를 보위할 군인들을 변화시키는 대북확성기를 좌시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전문가는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의 ‘위신’이 제일 중요한데, 북한이 확성기에 대한 사격을 가하겠다고 단언한 만큼 지도자의 위신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포격을 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대북 확성기를 향해 포격을 가했지만, 포탄이 군 부대가 아닌 야산에 떨어졌다는 점에서 확전을 미연에 방지하면서 우리의 대응능력을 시험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우리 군은 155mm 자주포로 36발 대응사격을 했지만, 북한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 원장은 “북한이 도발에는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는 우리의 역량을 테스트 한 것”이라면서 “이번에 우리가 대응을 했기 때문에 다음 국면으로 동해상 등에서 단계적으로 무력시위 강도를 높여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모한 김정은에 맞서기 위해서는 도발을 사전에 무력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면서 “사전 징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북한이 도발을 했을 때 즉시 원점타격을 할 수 있는 원칙과 시스템 구축도 시급히 마련돼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군 당국은 이날 오후 5시 40분 북한의 후속 도발 등에 대비해 최전방 전 지역에 최고 수준의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남쪽을 향한 포격 도발 직후 우리 군에 보낸 전통문을 통해 “오늘 오후 5시부터 48시간 내에 대북 심리전방송을 중지하고 모든 수단을 전면 철거하라”면서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