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 사정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향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가 발표된 가운데, 최근 북한 일부 지역에서 모내기 준비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식량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3일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DPRK Rapid Food Security Assessment)’ 보고서를 통해 기후, 대북제재 등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올해 북한이 최근 10년 내 최악의 식량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농사의 성과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 5월 모내기에 노력(인력) 부족이 예상돼 비상이 걸렸다”며 “평원, 숙천, 문덕 등 서해안 주요 농업 군들에서 노력 부족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해마다 봄철이면 전국적인 농촌 지원 캠페인을 벌이고 학생, 사무원, 가내 작업반 등에서 인력을 동원해 농촌으로 보내왔다. 그러나 올해는 필요 인력의 50%도 안 될 것 같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동원 통보(서)에 의하면 농촌 동원을 나갈 때 자기가 먹을 식량을 본인이 준비해야 한다”며 “그런데 식량이 없어 나가지 못할 주민들이 많을 것 같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이 모내기를 앞두고 각종 매체를 통해 ‘쌀로써 당을 받들자’며 쌀 증산과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경제난으로 인해 주민들이 참여가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제난뿐만 아니라 퇴비전투, 건설 현장 동원 등 잦은 인력 동원으로 인해 주민들이 불만을 가지고 동원에 불응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와 관련 본지는 지난달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점 사업인 삼지연 건설 사업조차 인력 동원이 여의치 않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지금 북한에선] 김정은 역점사업 삼지연 동원에 적극 반발)
‘모내기전투’를 앞두고 인력 동원 난항이 예상되자 북한 당국은 비상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 주민들의 강제 동원을 꾀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도(道) 농촌경리위원회 노동부가 공장기업소와 학교들에서 계획된 농촌 지원 노력을 보장하지 않아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며 “학교와 공장기관기업소들에 대한 실태 요해(점검)가 진행되고 도 당 위원회에서 계획된 노력을 보장하지 못하면 당적, 법적 처벌을 하라는 불호령이 내렸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일부 지역에서는 자재, 비료 부족 등으로 모(秏)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 문제가 포착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5월의 모내기를 위해선 3월부터 냉상모판(보온못자리)을 만들고 비닐 박막을 덮어 온도보장을 해야 했는데 올해 비닐 박막이 부족해 냉해 피해로 볏모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며 “모판에 필요한 비료와 퇴비가 부족한 것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유엔 식량 기구는 지난 3일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를 통해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에 연료와 비료, 기계, 부품 등 농업 생산에 필요한 품목 수입까지 제한돼 농업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지난해 비료로 사용되는 인산염과 탄산칼륨 공급량이 지난 5년 평균보다 각각 70%, 50% 줄었다”고 전한 바 있다.
소식통은 “지난해까지 냉상모 키우기에는 비료와 퇴비가 보장됐지만, 올해는 비료 부족, 퇴비 부족으로 필요한 양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백판(비료와 퇴비가 충분하지 못하여 맨땅에 씨를 뿌린 모판)에 종자를 뿌린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자재, 비료 부족 등으로 모가 제대로 자라지 않고 있지만 지역협동농장들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