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특권계층에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없다

1990년대 중반 200만 명 이상의 대량 아사자가 발생했던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북한이 또다시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지만 소수 특권 엘리트층에겐 단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인가 보다.

북한기업과 해외기업 간 투자유치 등을 목적으로 지난달 12~15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제11차 ‘봄철 국제상품전람회’장에 북한의 특권 엘리트층들이 대거 몰려들었다고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평양시민들, 더 엄격하게 얘기하면 전체 국민의 0.00001%에 해당하는 소수의 특권층에게는 외국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을 뿐이었다며 이들 극소수의 부유층은 최근의 심각한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외국상품 쇼핑에 열을 올렸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늘 ‘자주경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들 특권층은 전람회장에 전시되어있던 북한기업 제품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중국, 영국, 인도네시아, 타이완 등지에서 온 티셔츠, 오리털 점퍼, 냉장고, 평면 TV, DVD 플레이어, 고급 냄비세트, 화장품 등이 인기상품들이었다. 1천200달러짜리 중국산 하이얼 냉장고는 금방 동이 났으며, 위조 아이팟(iPOT) 역시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고 한다.

북한은 철저한 신분제 사회다. 주민의 10% 정도는 권력으로 사는 특권계층, 40%는 장사·밀수해서 그럭저럭 먹고사는 계층, 나머지 절반은 매우 어렵게 사는 계층이다. 1971년 조선노동당 중앙당집중지도 및 주민등록사업의 결과 51계층 구분에 따른 북한주민의 계층구성은 ‘핵심계층’(391만5000명), ‘동요계층’(315만명), ‘적대계층’(793만5000명)으로 분류됐다.

이 핵심계층 중에서도 소수의 특권 엘리트층은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이 식량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초호화 쇼핑에 열을 올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특권 엘리트층도 김정일 앞에서는 상대적 서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백성들은 먹을 게 없어 풀뿌리로 연명해도 김정일의 식탁은 ‘황제의 식탁’이 부럽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일찍이 고급 외제 식재료로 식탁을 풍성하게 차리고, 비싼 명품 등을 고위간부들에게 선물하는 통치방식을 선보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식가인 김정일은 프랑스산 코냑과 포도주, 바닷가재, 캐비아(철갑상어 알) 상어 지느러미 등을 즐긴다.

전용 열차에 살아있는 바닷가재가 공급되고, 피자를 굽기 위해 이탈리아 요리사가 초빙됐다고 한다. 김정일의 전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는 “김 위원장이 매주 상어 지느러미 수프를 먹으며, 와인저장고에 포도주를 1만병이나 비축해 놨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이러할 진데 특권 엘리트층에게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일지도 모른다.

전람회장 소식을 전한 이 주간지는 심지어 일부 쇼핑광들이 전시회가 끝난 이후에도 떠나기를 거부하면서 좀 더 쇼핑할 기회를 더 달라고 주최 측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친애하는 지도자의 사랑이 이들에겐 충분치 않은 것처럼 보였다”라고 꼬집었다.

‘친애하는 지도자(?)’의 사랑이 정말 모든 인민들에게 미칠 수는 없는 것일까? 매일 같이 전해져 오는 북한의 식량난 소식에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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