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군사쿠데타가 발생할 경우 동해안이나 함경도 지역에 한정된 반(反)김정일 군사정권이 수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고재홍 책임연구위원은 ‘군사논단’ 가을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북한에서 군사쿠데타가 발생할 경우 평양을 점령하고 김정일 정권을 완전히 대체하는 새로운 군부정권이 성립되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 연구위원은 “쿠데타가 설사 실패하더라도 이는 향후 김정일 통치능력을 현저히 약화시켜 북한이 안정화보다는 민중봉기 및 유혈사태 등 무질서 상황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증대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김정일이 사망·체포·구금·망명하는 상황 중의 하나와 밀접히 연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북한 내 군사쿠데타 발생 가능성은 매우 희박할 뿐 아니라 설사 군사쿠데타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완전하게 성공하기 어려운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며 “그러나 역사적인 사례를 봤을 때 다양한 억제조건에도 불구하고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북한에서도) 언제든지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군사쿠데타의 구체적인 발생 방식에 대해서는 ▲북한군 주요수뇌부 중 특정인이 중심이 되어 정권 장악을 위해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김정일을 체포·실각·사살하거나 ▲북한군 수뇌부 중 일부와 지방에 주둔하고 있는 야전군 부대들과의 연합으로 정권을 장악하고 김정일을 권좌에서 축출하거나 망명시키는 경우를 들었다.
이 외에도 ▲지방에 주둔한 군단 혹은 수개 사단의 주요 군사 지휘관들이 지방 군부대를 시찰하러 내려온 김정일을 체포·사살 ▲평양이나 지방에서 주민봉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이를 진압하기 위한 군부대가 주민봉기에 참여 ▲권력투쟁과 연계된 계획적 암살이 군사쿠데타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상정했다.
고 연구위원은 군사쿠데타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김정일이 후계자 지명 없이 사망할 경우 집단지도체제의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권력 장악을 위한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동시에 김정일이 후계자를 지명했다고 하더라도 후계자에 대한 찬-반 권력투쟁이 무력충돌 등 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또한 “핵폐기 혹은 핵통제에 대한 당-군 세력 간의 갈등이 무력충돌로 비화할 수도 있다”며 “북한 군부가 핵폐기라는 북한군의 약화를 받아들일 것인지 핵통제의 주도권을 장악하려 할 것인지가 매우 불투명한 상황에서 어떤 경우든 핵폐기에 대한 북한 내부의 혼란은 예정되어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북한의 민간영역과 군사영역 간 갈등에 따른 혼란이 확대될 수 있다”며 “북한의 선군정치와 대북포용 추진의 영향으로 2000년 이후 북한 내 민간 영역과 군 영역 간 불균형이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개혁개방을 두고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현재 북한에서 군사쿠데타의 발생을 억제하는 것은 체제적 요인보다는 오히려 군사적·지형적 요인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북한 군대조직은 ‘다중 권위’와 ‘상호 감시’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쿠데타 모의나 대규모 부대이동 등 집단행동에 있어 행동 통일 및 보안 유지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북한군의 부대별·수준별 차별이 심화되어 비(非)충성부대에 의해 쿠데타가 발생하더라도 금성 친위부대나 오중흡 7연대 칭호부대 등 충성부대에 의해 쉽게 진압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군의 주요 장령급 보직의 비임기제 역시 군사쿠데타 발생을 어렵게 하고 있으며, 외국 개입에 의한 군사쿠데타의 발발 가능성 역시 북한군 간부들의 폐쇄성으로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형적으로도 “쿠데타 군의 평양 점령과 유지에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평양의 지형적 특성은 진압군 측의 방어에 매우 유리할 뿐 아니라 설사 쿠데타가 성공할 지라도 평양 포위작전을 구사할 경우 쉽게 진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